이스라엘 베네트, 취임하자마자 극우집회 허용·가자지구 공습
[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한 뒤 취임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 이틀 만에 극우단체 행진을 허용하더니, 곧바로 가자지구 공격을 단행했다. 휴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재개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5일(현지시간)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와 칸유니스의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 군시설을 공습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쪽에서 이스라엘 남부로 날아온 ‘방화 풍선’으로 발생한 화재 20여건에 대응해 보복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한 것은 지난달 21일 양측의 휴전 합의 이후 26일 만에 처음이다. 베네트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처음이다.
지난 13일 출범한 베네트 정부는 취임 이틀 만에 극우단체의 ‘깃발 행진’을 허용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스라엘 시위대 5000여명이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예루살렘은 우리의 것” “마을을 불태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깃발 행진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스라엘인에게는 축제이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치욕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인 시위대도 충돌했다. 이스라엘 경찰 2000명은 깃발 행진 직전인 이날 오전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쏘며 동예루살렘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에 모인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 17명이 체포되고 33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밝혔다. 몇몇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쪽으로 방화 풍선을 날려보냈다. 하마스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저항 시위를 독려하던 터였다.
베네트 신임 총리는 가자지구 폭격을 승인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계속되는 테러행위에 직면해 적대행위 재개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추가 폭격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마스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용감하게 저항하며 성지와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좌우와 아랍계로 구성된 베네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분열됐다. 새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 라암의 만수르 아바스 대표는 “깃발 행진은 무한 도발이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지역에 불을 붙이려는 시도”라면서 정부가 행진을 불허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을 주도한 중도 정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도 “인종차별과 혐오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AP통신은 “행진을 취소했다면 베네트 총리와 새 연정에 참여한 우파 세력들은 이를 하마스에 대한 항복으로 간주할 사람들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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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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