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부동산 블루

이상진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 2021. 6. 1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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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전 대표

지인 중에 우연찮게 집이 없는 이들이 있다. 개중에는 소신파도 있고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친 사람도 있다. 소신파는 대개 일본형 '부동산 붕괴론' 신봉자다. 필자도 '잃어버린 20년 일본 경제'를 연구하면서 한때 부동산 필패론자였다. 1990년대 초 일본 부동산 버블 피크 때 일본 황궁을 팔면 플로리다주를 사고 일본을 팔면 미국을 3배나 산다고 했다. 그러나 거품이 터지고 20년 불황 속에 대부분 일본 주택가격이 5분의1 ,심지어 10분의1까지 폭락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노령화와 저성장으로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전국 부동산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졌고 시장의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당시 제2의 IMF 사태 공포 속에서 정부도 경기침체를 막고자 특단의 대책을 총동원했다. 사상 초유의 유동성 완화 조치와 함께 경기부양 효과가 빠른 건설경기 진작에 주력했다. 곁가지로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까지 부동산시장을 살리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헬리콥터'로 돈을 살포한 덕분에 파국을 면했다. 대신 넘치는 유동성으로 미국은 오히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 10년간 매년 2~3% 성장한 것이다.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로 본다면 놀랄 만한 초고속 성장이다. 더구나 일본마저 아베 신조 총리의 3개 화살을 맞고 20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와중에 일부 유럽 국가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정도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연히 자산시장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아 미국과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위기 이전으로 회복됐고 대부분 선진국 주택가격이 데이터가 수집된 이래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뉴욕의 고급주택들은 10년 사이 많게는 100~200% 상승하면서 세계 하이엔드(high-end·고급) 주택시장을 선도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글로벌 트렌드와 비슷한 상승곡선을 탔다. 2013년을 저점으로 슬금슬금 상승해 강남 재개발단지의 경우 16년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좋은 주거환경과 주택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주택'의 보급은 규제로 장기간 묶였다. 한 마디로 수급이 무너진 상태였다. 설상가상 금융위기 이후 10년 지속된 돈 풀기가 폭발력을 제공했다. 그런데 변화를 투기로 판단한 것이 균형적인 정책선택을 어렵게 만들었다. 즉 부동산대책의 두 축인 '공급과 규제' 중 규제에 방점을 둠으로써 '낭패'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뒤늦게 정부도 공급확대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주택의 공급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공급된 슈퍼 유동성이 슈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마당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시도는 타이밍상으로도 매우 불리하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국민생활의 기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건강한 경제활동을 방해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가 적절한 가격인지 또 어떤 부분이 투기적인지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모든 재화는 농산물에서부터 석유, 철강,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투기적 요소가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발라낼 방법이 없어 좋든 싫든 시장에 위임하는 것이다. 시장은 때때로 실패하거나 변덕을 부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래도 공평한 해결사 노릇을 한다. 더구나 부동산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다. 한 정권이 책임지거나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최소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규제가 많은 도시일수록 가장 비싼 주택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를 풀면 투기가 극성을 부릴 것 같지만 수급의 법칙 앞에 반드시 사라지게 돼 있다. 강남에 용적률과 재개발 제한을 풀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구더기가 무서워 포기했더라면 우리 민족의 최고 건강식품인 된장은 없었다. 경제문제를 정치로 치환하면 안 된다.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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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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