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문제 만들고 '나 몰라라', 정책 파탄 넘어 無정부 상태

조선일보 2021. 6. 1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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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사태는 문 정부의 정책 파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노노 갈등만 촉발한 채 파행을 겪고 있다. 김용익 이사장이 단식 투쟁을 하는 동안 건물 밖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조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농성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희극적 풍경이다. 애초 건보공단 직원 간 노·노 대립은 잘못된 정책이 만든 정부 실패의 결과였다. 문 정부는 비정규직 급증이 경직적 임금 체계와 정규직 노조의 철옹성 기득권 탓이라는 근본 원인은 놔두고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노노 갈등이 촉발됐다. 그러자 정부는 슬그머니 뒤로 빠진 채 나 몰라라 했다.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이 정부의 ‘출구 전략'이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정책적 노력이 아니라 단식 농성을 한다. 할 줄 아는 것은 이뿐인가.

무리한 정책의 후유증이 곪아 터져 민생 현장 곳곳에서 아우성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광주광역시의 커피숍 사장 배훈천씨는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에 대해 “(서울) 강남이란 구름 위에 사는 자들이 서민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린 정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소주성이 실패했음이 판명 났는데도 소주성 설계자를 KDI 원장에 앉히는 해외 토픽감 코미디를 벌였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끊기면서 영세업체들이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다음 달부터 50인 미만 영세기업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임대차3법 강행, 종부세 세율 과속 인상 등으로 전세대란이 발생하고, 청년 셰어하우스 같은 임대 법인마저 투기꾼으로 취급돼 세금 폭탄을 맞는 등 온갖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주거 취약 계층이다. 현장에서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정부에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잘못한게 없다'며 고집만 부린다.

탈원전이 자해 정책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알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선언한 마당에 국내에선 정부가 완공 1년이 지난 신한울 1호기를 계속 놀리고 있다. 대통령 한 명의 아집이 국민 위에 있다. 그런 대통령은 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문제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문제 해결 책임을 방기한 채 수수방관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책 파탄을 넘어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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