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양보다 질! 성장하는 한국 소주 [명욱의 술 트렌드]
특히 진맥소주는 직접 재배한 안동의 통밀을 원료로 증류 후 2년 숙성을 통해 출시되고 있으며, 부자 진은 이름 그대로 아버지의 허브 농장에서 수확한 한국산 허브와 쌀을 증류해 만든 제품이다. 즉, 두 제품 모두 한국의 농업의 가치를 살린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증류주 시장은 그동안 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맛과 향을 중시하기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했다. 이러한 가성비 추구 문화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필수적이었다.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주정에 물을 넣고 조미료로 맛을 내야 했다. 이러한 가성비 시장이 소비자에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부담 없이 하루의 노곤을 풀 수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가성비 추구에 너무 치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아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증류주, 또는 전통 소주는 이렇게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17세기 초 안동 장씨가 기록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쌀소주, 찹쌀소주, 밀소주(진맥소주) 등이 그대로 기술돼 있다. 궁중에서는 내의원이 은솥으로 증류, 소주를 만들었다. 이러한 모습은 훗날 진도 홍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된 것은 생활이 서양화되고 경제, 정치, 산업까지 그들을 따라가는 데만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G7 정상회의에 초대될 정도로 국격이 높아졌으며, K-Culture라는 한국 문화는 트렌디함을 넘어 힙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우리가 그들에게 배웠다면, 이제는 그들도 우리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것을 돌아봐야 한다. 무작정 많이 구입해서 마시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까다롭게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어떤 재료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더 자세히 바라보며 칭찬과 비판 모두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전통주 산업, 나아가 소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 농산물에 근거한 술이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 및 나아가 농업 전반에 걸쳐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이러한 전통주의 성장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자신의 개성을 찾는 현재 소비자(MZ세대)의 모습과 연관이 있다. 이들은 술이라고 다 같은 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전통주를 찾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양이 아닌 질에 집중할 때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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