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연명의료 중단 후 장기기증, 3명에 새 생명

배준용 기자 2021. 6. 1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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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존엄사 선택이 가능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장기이식을 한 사례가 나왔다. 연명의료란 의학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통해 임종 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치료를 말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 연구팀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임종기에 처한 52세 남자 환자 A씨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간과 신장을 3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첫 사례를 의학계에 보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A씨 사례를 다룬 연구 논문을 14일 온라인으로 발간된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수혜자의 예후 등을 살펴 A씨가 세상을 떠나고 장기를 이식한 후 1년이 다 돼서야 이 사례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A 씨는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입원 이틀째 환자 가족과 의료진은 A씨가 장기 기증을 위한 뇌사 기준에는 맞지 않았지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임종기에 처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가족들은 의료진과 논의 끝에 A씨의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이재명 교수는 “당시 가족들이 상당히 힘들어했으나 감정을 추스르고 난 뒤 좋은 일을 하고 보내드리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3일 오후 8시쯤 A씨에게서 인공호흡기가 제거되고 혈압을 높이는 약물 등 투여가 중단됐다. 약 15분 뒤 A씨의 심장박동이 멈췄다. 의료진은 5분이 지나고 공식적으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 A 씨의 간과 2개의 신장은 3명의 수혜자에게 각각 이식됐다. 이 교수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연명의료 중단 후 장기 기증이 활성화돼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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