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
인류 대신할 새로운 문명 건설 나선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모험 그려
테러·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 배경
인간 문명의 부조리 통렬하게 비판
2016년 장편소설 ‘고양이’에 이어 다시 암고양이 바스테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권짜리 소설 ‘문명’(열린책들)을 펴냈기에 고양이를 왜 주인공으로 내세웠느냐고 묻자, 베르베르는 친절하게 답했다. 설명은 이어졌고 구구해서 풍성했다, 그의 소설처럼.
“지금까지 고양이를 세 마리 키워 봤는데, 세 마리 모두가 저를 항상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양이가 동작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순간, 과연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오지 않는 미래는 물론 인간 세계까지 훌쩍 넘어서는 발칙한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베르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중간에서 출판사와 번역가 전미연씨가 번다한 수고를 했다.
―2016년작 ‘고양이’의 고양이들과 신작 ‘문명’의 고양이들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까.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사물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고양이는 딱 인간 무릎 정도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죠. 그렇게 낮은 곳에 존재하다 보니 항상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고양이들은 모두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아주 좋아하죠. 고양이는 인간보다 세계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수집합니다. 그러니 이런 동물의 입장이 돼 보는 건 작가로선 흥미진진한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품 속에서 인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지적은 서늘하면서도 많은 성찰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3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신생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개미만 해도 1억2000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신생종인 우리는 언제든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다른 동물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 테고요. 인간이라는 동물은 아마도 자신이 사는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그것도 의식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일 겁니다. 번식을 통해 지구에 해를 끼치는 동물 종은 여럿 있지만, 그런 동물들이 의식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요컨대, 소설 ‘문명’은 동물을 전면에 등장시켜 오만하기 그지없는 인본주의랄까 인간 문명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비판한 문명비판서로 읽힐 수도 있겠다.
“기자일 때는 제가 원하는 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늘 쓰려는 내용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죠. 기자 시절에는 창의력보다는 규범에 맞춰 틀에 맞는 글을 쓰도록 요구받았고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글을 쓰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작가가 된 지금은 오로지 독자들의 기쁨과 독서의 재미만을 위해 글을 쓰면 돼요. 독자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존재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독자가 없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항상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죠. 제게 독자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자신에게 일어나는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게 상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상상력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말이 안 된다고, 혹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밖으로 꺼내 놓지 않죠. 그런 판단이나 평가 기제를 가동시키지 않는 순간 이야기는 저절로 생겨납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의 내면을 과감히 드러내라고 조언했다.
“제 소설을 읽은 한국 독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학교 교육은 우리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 놓아요. 그런 교육을 받다 보면 진정한 자기 자신을 표출하기 어렵게 되죠. 저는 독자들이 그러한 제약에서 벗어나기를, 남에게 들은 대로가 아니라 자신만이 가진 독창성을 발휘해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합니다. 상상력은 우리가 진정한 자아와 접속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런 자아와의 접속을 위해서는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찾아 과감히 실험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줘야 해요.”
그의 이메일 답신을 읽은 날 저녁, 골목을 지나가다가 한 무리의 고양이떼를 만났다. 혹시 저들 속에 바스테트 같은 고양이가 있을지도. 바스테트와 조우를 꿈꾸며 손을 내밀자, 그들은 금세 흩어지며 경계의 눈초리를 던진다. 무안한 손은 발을 끌고 여름으로 향하고, 세상 역시 다시 부조리로 향할 것이다. 뒤통수를 향해 고양이 한 마리가 앙칼진 소리를 던진다, 야∼웅~.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100인분 예약 후 당일 ‘노쇼’, 음식 버리며 울컥”…장애인체육회 결국 보상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배우 전혜진, 충격 근황…“얼굴이 콘크리트 바닥에…”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