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9개 대회 만에 벌써 4승..KLPGA 대세가 된 박민지, 왜 강한가

류형열 선임기자 2021. 6. 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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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민지가 지난 13일 끝난 2021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드라이브 비거리·페어웨이 안착
그린 적중률 등 ‘히팅능력’ 1위
평균타수·퍼팅 등 ‘종합능력’도
타고난 체력에 정신력까지 ‘갑’
더 무서운 건 승리에 대한 갈증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박민지 열풍이 거세다. 시즌 9번째 대회 만에 4승 고지에 오르며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3승을 챙겼다. 가히 압도적이다. 도대체 박민지는 무엇이 강한가. 투어 최강의 선수로 우뚝 선 박민지의 골프 비밀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 단점 없는 기술

야구에서 파워와 정확도, 주력, 수비, 송구 능력 등 야수가 필요로 하는 5가지 육체적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를 5툴 플레이어라고 한다. 박민지는 골프의 5툴 플레이어 같은 선수다. 드라이브 비거리와 페어웨이 안착률, 아이언샷, 퍼팅, 리커버리, 체력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박민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전병권 캐디는 “박민지는 단점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박민지는 현재 히팅능력지수와 종합능력지수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히팅능력지수는 드라이브 비거리 순위와 페어웨이 안착률 순위, 그린적중률 순위를 합산해 도출한 것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히팅 관련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민지는 히팅능력지수 25로 2위 이소미(31)에 6포인트 앞서 있다. 종합능력지수는 히팅능력지수에 평균타수 순위와 평균퍼팅 순위, 이글 수와 평균버디 순위, 벙커세이브율 순위까지 더한 것으로 그야말로 골프의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지수다. 박민지는 91로 2위 임희정(138)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박민지는 그린적중률에서도 79.0404%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드라이빙지수 2위, 아이언샷지수(파4 홀에서 페어웨이 안착 시 그린적중률) 2위 등 기술 관련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박민지의 또 다른 강점은 체력이다. 박민지의 어머니 김옥화씨는 핸드볼 선수로 1984년 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체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옥화씨는 박민지가 어릴 때부터 체력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다. 그 때문에 박민지는 기초 체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여기에 지난겨울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고 할 정도로 근력 운동을 해 힘을 더 키웠다. 전병권 캐디는 “박민지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후반에 더 강해지는 것도 이런 강철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승자의 멘털

“그린에 누워서라도 이기겠다” “매 홀 버디를 못하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쳤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때 박민지가 쏟아낸 말들을 보면 그의 승리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박민지는 이른바 ‘멘털갑’이다. 위기의 순간, 극한의 압박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여유와 편안함까지 더해졌다. 박민지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올 시즌 우승 목표를 다 이뤄 두려운 게 없다. 편하게 치니까 좋은 성적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도 박민지의 강점이다. 전병권 캐디는 “잘 안될 때든 잘될 때든 선수가 가져야 하는 루틴을 잘 지키려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박민지도 “개그맨 유재석이 롱런하는 이유가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세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박민지가 ‘위원님, 왜 전 항상 일정하지 않죠’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면서 “골프에 대한 생각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롯데오픈에 불참하고 휴식을 취했다. 박민지는 “쉬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난 집에서 무엇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안 쉬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승자의 멘털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오렌지 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에 출전한 게 계기가 됐다. 칠판에 ‘244’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의 우승 횟수 총합이었다. 박민지는 “그중에 내가 기여한 승수는 3승밖에 없었다”면서 “‘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언니들에 비하면 먼지 같은 존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1년 사이에 박민지가 추가한 우승은 모두 5승. 더 무서운 점은 박민지가 여전히 배고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알고 싶다. 마치 폭포 쏟아지듯이 최대한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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