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장수는 믿음을 무기로 '해피엔딩' 할까
밖에선 '고집, 불통'·안에선 '소신, 소통'
[경향신문]
한국 축구 지휘봉 잡은 지 1029일
소통 인색 ‘불통’ 이미지 강하지만
선수들 “감독님 믿는다” 이구동성
후방 빌드업 세밀한 변주로 신뢰
승률 더 높았던 슈틸리케와 대조
월드컵 예선·본선 다 이끌려면
최종예선전 ‘성적으로 입증’해야
파울루 벤투 감독(52)을 둘러싼 평가는 안팎에서 엇갈린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가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지 15일로 1029일째. 하루하루를 보낼 때마다 최장수 감독 기록을 늘려가고 있는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과 전술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도자로 유명하다. 외부와의 소통도 인색한 편이라 ‘불통’의 이미지까지 굳어졌다.
그러나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결이 다른 평가가 나온다.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감독님은 신뢰를 준다. ‘외부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말해주시는 것에 선수 대부분 만족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민재(베이징 궈안)도 “감독님의 전술이 계속 변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가는 부분이 좋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을 지지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여론은 최근 안방에서 막을 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더욱 굳건해졌다. 대표팀은 레바논과의 최종전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챙겼지만 5승1무로 최종예선 티켓을 따냈다. 지난 3월 원정 한·일전 참패로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경질설도 쑥 들어갔다.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이청용(울산)이 “감독에 대한 믿음을 월드컵 때까지는 갖고 가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벤투 감독을 신뢰하는 배경을 라커룸에서 입증된 지도력으로 풀이한다. 겉으로 볼 땐 후방부터 빌드업만 고집하는 전술이 반복되지만, 그 안에선 상대에 따라 세밀한 변주가 이뤄지면서 선수들에게 믿음을 줬다는 설명이다. 또 기용 선수폭이 제한적이라는 건 한 번 기량을 입증한 선수가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벤투 감독처럼 빌드업을 고집하는 게 비슷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낙마할 당시 선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과도 비교된다.
사실 성적만 따진다면 벤투 감독보다 슈틸리케가 승률(벤투 61%·슈틸리케 69%)과 성과(벤투 아시안컵 8강, 2차 예선 5승1무·슈틸리케 아시안컵 준우승, 2차 예선 8전 전승)에서 모두 나았다.
당시를 떠올린 한 선수는 “벤투 감독은 선수의 움직임과 전술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반면 슈틸리케 감독님은 영상을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이해하기를 바랐다. 빌드업이 바탕인 것은 같지만 공격적 축구와 수비적 축구인 것도 다른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선수들의 지지가 벤투 감독의 ‘해피엔딩’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만큼 그는 오는 9월 막을 올리는 최종예선에서 본선도 맡길 만한 지도자인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역대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모두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은 차범근·허정무 전 감독뿐이다.
최장수 감독인 벤투가 성적으로 그 대열에 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벤투 감독은 “우리가 해왔던 틀 안에서 잘 준비하고, 상대를 분석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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