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진술서 살펴보니..피해자 배려·조사 '허술'
[앵커]
KBS는 고 이 중사의 진술서를 입수해 초기 수사를 둘러싼 의혹과 쟁점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이 중사가 받은 질문들을 보면 피해자를 오히려 불안하게 몰아가거나 2차 가해 등에 대해선 전혀 묻지 않았던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지형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성추행 사건 발생 사흘 뒤인 3월 5일.
故 이 중사는 피해자 조사를 받습니다.
진술이 기록된 20여 쪽의 조서.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렸냐고 묻자 이 중사는 노 준위 등 신고와 보고 계통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조사 이틀 전 이미 노 준위로부터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란 무마 시도를 겪었던 상황.
하지만 회유나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다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조서 곳곳에는 이 중사가 울먹였다거나 불안감을 보였다고 돼 있습니다.
이런 이 중사를 향해 수사관은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거짓말탐지 검사 동의서까지 받았습니다.
진술이 사실인진 확인해야 하지만 무고나 거짓말 탐지기 언급은 가해자 조사 후 진술이 엇갈릴 때 나와도 늦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은의/변호사 :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고 수사 편의에 맞춰 가지고 이렇게 하고. (피해자가) 고통스럽게 진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종류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됩니다."]
추행은 노골적으로, 집요하게, 계속해 이뤄졌고, 주변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해자가 치밀함을 보이는 정황도 있습니다.
긴급 체포도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김정민/변호사/군 법무관 출신 : "죄질이 아주 안 좋기 때문에 바로 (가해자) 신병처리를 하고, 이어서 가해자 조사를 이어 가는 게 맞죠. 2차 가해 위험성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신병처리를 하는 게 맞았다고 봅니다."]
이후 가해자는 변호사와 함께 조사 일정을 가능한 한 뒤로 미룹니다.
군사경찰의 가해자 조사는 피해자 조사 열흘이 넘어 이뤄졌고, 군 검찰의 조사는 이 중사가 숨지고 열흘 뒤 이뤄졌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지훈
지형철 기자 (ic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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