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고용 여부 강제하는 건 월권..'논의의 장' 열고 싶을 뿐"

원주 | 고희진 기자 2021. 6. 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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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조 상대 '단식 농성'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인터뷰

[경향신문]

단식 농성 중인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로비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단식으로 양쪽 감정 더 악화되진 않을 것…책임 회피용 아냐
두 노조가 ‘파업중단’ ‘협의회 참여’ 응할 때까지 자리 지킬 것

공공기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공단 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이 악화하는 것을 막겠다며 공공기관장이 단식농성에 나섰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69) 얘기다. 일각에선 단식이 책임 회피용이고 ‘노노갈등’을 악화시킨다고 비판한다.

김 이사장은 “단식으로 양쪽의 감정이 더 악화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시작한 이상 양쪽이 제가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에 있는 공단 1층 로비에서 이틀째 단식농성 중인 김 이사장을 15일 만났다. 로비 반대편에선 30여명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0일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 중이다. 고객센터노조는 지난 2월에도 24일간 파업을 벌였다.

김 이사장은 “재파업이었고, 지난 2월보다 (건보 정규직) 직원들의 감정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며 “주말 사이 해결책을 고민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단식을 결정했다. 단식한다고 하면 반기는 사람 없을 테니 혼자 결정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고객센터노조에는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노조에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요구했다.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관 최고책임자가 문제를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이사장은 “민간위탁기관 소속 직원들에 대한 전환 논의는 공단이 강제로 할 수 없다. 현재 사무논의협의회에서 합의 형태로 얘기해야 한다”며 “이사장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행위가 된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양쪽 노조에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고 거기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왜 이사장이 결정을 안 하느냐는 말은 현재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고용 성격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정규직화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1·2단계와 달리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은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건보 고객센터는 3단계에 속한다. 소속 노동자가 1600여명으로 전환 논의가 있는 민간위탁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김 이사장은 “정부의 지침을 변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서 (직접고용 여부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보 정규직노조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민간위탁기관 정규직인 만큼 공단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시험을 봐서 공단에 입사해야 공정하다는 것이다. 고객센터노조는 직접고용은 공단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보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이후로 지역본부 3곳에서 고객센터 문제를 놓고 건보 정규직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직원들이 ‘공정성’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이들의 의견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갈등 해소를 위해 설득도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양쪽 노조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제가 굶어서 병원에 가는 게 빠를지 모르겠다”면서도 “단식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해 공단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무논의협의회 다음 회의일은 오는 18일이다. 사무논의협의회는 건보 관계자 2명, 외부 전무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양쪽 노조에서도 1명씩 참여하기로 했으나 공단 정규직노조가 참여를 거부해 고객센터노조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원주 |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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