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노동자 농성장 옆엔 정규직 직원 시위..'대화 대신 대치 뿐'

원주 | 고희진 기자 2021. 6. 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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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파업 현장 가보니

[경향신문]

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1층 로비에서 김용익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김모씨(41)는 올해로 4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처음 입사할 때는 건보에서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한 한 민간업체 소속이었다. 2년 뒤 건보가 다른 민간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면서 김씨 소속도 바뀌었다. 10년 이상 일한 주변 직원들도 김씨처럼 2년마다 업체를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씨는 “건보 고객센터 직원들은 간단한 상담이 아니라 고객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며 까다로운 민원 업무를 한다”면서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해서도 국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나 건보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도 고객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찾은 강원 원주 건보 본사에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었다. 지난 10일 시작한 파업은 이날로 6일째를 맞았다. 30여명의 노동자는 본사 로비에서, 80여명의 노동자는 본사 마당에서 농성을 계속했다. 마당에는 야간 농성을 위한 텐트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조합원이 “지금 누가 일하지 않고 있습니까. 김용익 이사장은 단식을 멈춰라”라고 말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고객센터 노동자 10여명이 보였다. 바닥에 보라색 매트를 깔고 침묵 시위 중이었다. 앞에는 ‘고객센터 직영화’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팻말을 세워놨다. 바로 옆에서 건보 정규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공정성 훼손하는 직고용, 직영화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 중이었다. 남성 근처에는 그를 응원하는 문구를 담은 포스트잇과 음료수 등이 놓여 있었다. ‘#다시부러진펜’ ‘#공정사회’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로비 반대편에선 김용익 건보 이사장이 단식농성 중이다. 김 이사장이 곡기를 끊자, 먼저 파업을 시작한 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음식을 먹기가 힘들다. 한 파업 참가자는 “이사장이 파업 중이니 앞에서 밥을 먹기 그렇다. 굶거나 뒤로 가서 김밥 등으로 간단히 요기한다”고 했다.

로비는 파업과 김 이사장 단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들로 늦은 오후까지 붐볐다. 시위대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은 건물 곳곳에 차벽을 세워두었다. 고객센터노조 관계자는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직영화 논의를 위한 직접적인 대화는 없는 걸로 안다”며 “서로 마주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원주 |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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