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빨간 날'의 귀환

송현숙 논설위원 2021. 6. 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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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달력의 빨간 글씨는 직장인들에게 행복을 주는 날이다. 공휴일을 속칭 ‘빨간 날’이라고 하는 나라는 제법 많다. 영어에도 ‘red letter day’라는 표현이 있고, 노르웨이나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홍콩에도 자국어로 ‘빨간 날’이라는 단어가 있다. 기원전 6세기 로마 달력에서 중요한 날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던 관행이 중세시대 서적에서 중요 단어에 붉은 글씨를 사용하는 것으로 부활했고, 현재 달력의 ‘빨간색 휴일’로 이어졌다. 기원이 어떻든 빨간 날은 전 세계 공통으로 즐거운 날이다.

그런데 우리의 빨간 날 수는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올해는 모두 64일(토요일 제외)로 지난 4년간 68일, 69일, 65일, 67일에 비해 적다. 지난달 19일 부처님오신날을 끝으로 올 하반기엔 아예 평일이 빨간 날인 경우가 없다. 법정공휴일은 모두 15일인데 올해는 6일이 토·일요일과 겹쳤다. 대부분 공휴일을 몇월 몇째주 월요일 식으로 정해 공휴일 수가 일정하게 보장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공휴일의 날짜를 못 박아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역대급 ‘빨간 날 가뭄’으로 실망하던 직장인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들린다. 국회가 16일 입법공청회 개최를 시작으로 이달 중 대체공휴일 확대 법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명절과 어린이날에만 해당되는 대체공휴일을 다른 공휴일로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토·일요일과 겹친 광복절과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 하반기 4일의 공휴일을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공휴일 확대에 찬성하는 여론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대체공휴일을 늘리는 가장 큰 명분은 내수시장 활성화와 국민의 보편적 휴식권 보장이다. 하지만 휴일 확대 논의와 함께 곱씹어 봐야 할 것이 공휴일 양극화다. 추진되는 법안의 이름 자체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다. 민간기업 적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2018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기업에도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이 되도록 했지만 30인 미만 기업은 2022년부터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됐다. 휴식이 더욱 절실한 이들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어야 한다. 보편적 휴식권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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