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술실의 CCTV 설치, 의협이 무작정 막아설 일인가
[경향신문]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수술실 폐쇄회로(CC) TV 설치 법제화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인천 남동구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허리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산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광주 서구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들이 수년간 대리수술에 나선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의료법상 엄격히 금지된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예방할 현실적 방안으로 수술실 CCTV 의무화 입법이 거론되는 것이다.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불법 의료 행위를 근절할 대책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CCTV 설치가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해 방어적인 치료를 야기하고 환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외부 감시에 놓인 의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소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거나 위험한 수술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CCTV 감시 체제가 문제 해결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찬성 여론이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환자 인권 보호와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환자단체들은 대리수술 방지, 환자 알 권리 보장, 의료소송 대비 자료 확보 등 이유를 들어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인천 부평구의 관절·척추 전문병원이 자발적으로 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보호자들이 실시간으로 수술을 볼 수 있게 했다. 병원 측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어 설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이 스스로 수술실에 CCTV를 달아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의료계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도 3건이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불법 의료 행위를 차단할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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