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가면서 회사는 왜 못나오나" 美 CEO들 사무실 복귀명령

김신영 기자 2021. 6. 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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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빅테크들 "이제 사무실로 돌아올 때" 복귀 명령

“식당 가서 식사는 하면서 회사는 왜 못 나옵니까. 복귀하지 않으면 굉장히 실망할 겁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을 향해 14일 던진 말이다. 고먼은 이날 모건스탠리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직원들에게 “이제 사무실로 돌아올 때”라고 선언했다.

/그래픽=김성규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덕분에 방역 부담이 줄어들면서 원격·재택 근무를 해제하고 사무실 복귀 결정을 내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한때 나왔지만,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나 얼굴 보고 일하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무실 복귀 결정은 금융회사와 빅테크사들이 내리고 있다. 주로 협업이 많이 필요하고 보안이 까다로운 업종들이다. 한국에서도 하반기에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출근 복귀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협업·소통·교육 “원격으로는 못 하겠다”

글로벌 금융사 CEO들은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경쟁하듯 설파하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가 14일 발표한 지침은 엄포에 가깝다. “플로리다·콜로라도(미국 대표 휴양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뉴욕 수준의 월급을 받고 싶으면 이제 뉴욕으로 돌아와서 일하십시오.” 코로나를 핑계로 휴양지에 가서 하던 원격 근무를 이제 정리하라는 지시다.

골드만삭스는 직원들에게 7월까지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한때 “직원 10% 정도는 코로나 진정 후에도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생각을 바꿔 “7월을 기점으로 모든 직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작업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역시 사무실’이라고 뜻을 모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화상회의를 통한 협업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고, 원격으로는 새로운 일을 가르치고 습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다. 고먼 CEO는 “사무실은 우리가 업무를 가르치고 신입 사원들이 일을 배우고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 발표만으로 좋은 경력을 쌓아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CEO들의 메시지도 비슷한 맥락이다. “원격 근무는 혁신적·협동적·도제식인 우리 업(業)과 맞지 않는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다른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 한다.”(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ABN암로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김홍일 전 디캠프 센터장은 “투자은행들이 파는 상품과 서비스는 매우 복잡해서 여러 부서가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해결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근무할 때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까다로운 금융사의 보안도 재택 근무로는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IT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사무실 복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도 오는 9월부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보다는 느슨한 ‘하이브리드’ 체제를 도입하는 회사가 많다. 일주일에 절반가량은 사무실로 나오고, 나머지 반은 집에서 근무하는 형태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일 사내 메일로 “9월부터는 직원 대부분이 월·화·목 사무실로 출근하고, 수·금은 원격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9월 7일부터 직원들이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했고, IBM도 9월 초 사무실 출근 계획을 세웠다.

구글은 10월부터 전체 직원의 60%를 일주일에 며칠 회사로 출근시킨다는 방침이다. 20%는 재택근무, 나머지 20%는 다른 지역 사무실로 나갈 수 있다. 단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직원은 임금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방침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일부 직원은 “많은 사람이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회사의 주장은 우리의 감정과 배치된다”고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의 여론 조사 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 5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9%가 고용주가 원격 근무에 유연하지 않을 경우 퇴사나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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