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칭찬은 정용화를 춤추게 한다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긴 시간 겪었던 고민을 해소했다. 좋은 현장과 배우들을 만난 덕분일까. 인생의 큰 숙제를 해결하고 제법 단단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우뚝 섰다.
15일 정용화는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큰 만족도를 드러냈다.
정용화가 주연을 맡은 '대박부동산'은 공인중개사인 퇴마사 홍지아(장나라)가 퇴마 전문 사기꾼 오인범(정용화)과 한 팀이 되어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생활밀착형 퇴마 드라마다. 정용화는 극중 사기꾼 오인범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와 디테일한 표현을 선보였다.
이날 정용화는 종영에 대해 "6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벌써 끝나서 아쉽다. 아직까지 역할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역할을 맡아 행복했던 작품"이라면서 "배우들과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2009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넌 내게 반했어' 등으로 연기 성장력을 보여준 정용화는 어느덧 덤덤하면서도 능숙한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제대 이후 첫 복귀작으로 '대박부동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항상 있다. 작품을 고를 때 늘 고민이다. 그래서 작품 사이 텀이 많은 편이다. 똑같은 걸 또 하고 싶지 않았다. 전역하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된 드라마인 데다가 상대 배우가 장나라라고 하길래 '이렇게 천운 같은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정용화에게 '대박부동산'은 큰 도전으로 남았다. 특히 그동안 거쳐왔던 캐릭터와 다르게 깊은 감정들을 담으면서 액션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진 멋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대박부동산'에서는 액션, 슬픔, 코믹, 빙의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대본으로만 보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려 했다. 체력적으로 지쳐서 차에서 시간 날 때마다 잤다"고 웃으면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용화는 극중 주 소재인 빙의에 자세히 다가가기 위해 여러 작품을 접했지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실제 빙의 영상까지 찾아봤다는 정용화는 "다른 연기적인 고민보다 빙의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우리 드라마만의 특수효과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참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대본 속 원귀의 감정에 집중했다. 일단 내가 나를 버려야 했다. 오인범이 아닌 빙의된 인물로 느끼도록 노력했다"면서 "대본을 한 번만 읽어도 대본이 외워졌다. 나도 모르게 촬영에 들어가면 대사가 나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보다 더 파고 들어서 그런 건지, 캐릭터에 빙의가 됐는지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매회 많이 맞았다. 밤새면서 맞거나 우는 연기를 했다. 액션은 재밌었다. 액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제대로 하면 잘 할 수 있겠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정용화는 현장 만족도에 대해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기도 했다. 그는 좋은 선배들을 이유로 들면서 "장나라는 정말 베테랑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해왔던 이유를 알겠다. 분석하는 방법이나 연구하는 마음에 대해 배울 점이 많았다. 장나라는 칭찬을 하면서 기분 좋게 해 준다. 저도 흥이 나서 더 재밌게 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말 좋은 사람을 얻었다. 강홍석이나 강말금 모두 좋은 분들이다. 같이 촬영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강홍석은 대본대로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을 놓았다"고 호흡을 전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그리고 박진석 PD의 칭찬은 정용화를 춤추게 했다. 정용화는 첫 미팅 당시를 회상하면서 박진석 PD의 극찬을 받았다고 밝혔다. 칭찬이 계속 이어지니 다소 의아했지만 덕분에 캐릭터를 맛깔나게 만들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졌다. 그러면서 정용화는 "왜 이렇게 다들 칭찬을 해주는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잘해주셨다. 그래서 조금 더 캐릭터를 재밌게 했다. 제가 준비한 것에 박진석 PD, 장나라가 조금 더 살려줬다. 제가 음악 방송에 가면 선밴데 드라마 현장에서는 막내 동생 느낌을 받아 6개월 동안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정용화는 2010년 밴드 씨엔블루의 보컬이자 리더로 데뷔한 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 가수와 연기를 오가며 멀티 엔터테이너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용화는 음악과 연기, 예능 모두 놓칠 수 없다면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모든 게 다 재밌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 몸이 왜 하나일까 아쉽다. 여러 방면으로 저를 찾아주셔서 행복하다. 데뷔 초창기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더 느낀다. 10년 차를 지나가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1년이 너무 짧다. 드라마 한 편 찍는데 반 년, 음악 작업을 하면 1년이다. 1년이 365일이 아니라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수 활동은 언제나 준비가 됐다. 곡도 꾸준히 쓰고 있다. 언제 앨범이 나온다고는 못 하겠지만 계획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 언급했다.
사실 정용화에게는 끊임없이 쏟아진 대중의 사랑이 오히려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신인 시절 연이은 히트곡과 드라마 데뷔 '미남이시네요' 흥행 성공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당시를 두고 "저는 슬럼프가 많았다. 데뷔할 때 빵 떠서 시작했다. 처음에 '이렇게 잘 돼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하는 것마다 잘 되니 오히려 불안감이 많았다. 이 뜨거운 것들이 언젠간 식을 텐데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맛있는 걸 먹어보고 다시 못 먹는 기분은 힘들다. 실력이 좋아야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압박감이 컸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슬럼프가 왔다. 생각해보니까 저만 느끼는 불안감이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만들어낸 부담감은 결국 어깨에 올려진 짐이 됐다. 정용화는 자신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압박감은 해소할 수 없었다. 이후 2년 간의 군 복무는 정용화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군대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옭아매는 마음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만난 '대박부동산' 역시 정용화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정용화다.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난 덕분에 정용화는 한층 더 여유롭게 성장했다. 그에게는 이제 어떤 어려운 숙제가 닥쳐도 풀어낼 자신감이 생겼다. 그의 다음 행보는 팬미팅이다. 긴 시간 정용화를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작품 활동 역시 예고됐다. 긴 고민이 끝났기 때문에 공백기가 길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함께 전해졌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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