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달 보고 짖는 개

박영서 2021. 6.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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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SNS에 지난 2016년부터 적어 내려간 '세상 일'에 대한 소감을 묶은 책이다.

저자는 개혁을 자기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행위라면서 개혁운동가들에겐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옥균 등은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뀌기 위해 정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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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폐견

전우용 지음 / 새움 펴냄

역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SNS에 지난 2016년부터 적어 내려간 '세상 일'에 대한 소감을 묶은 책이다. 양이 방대해 2019년, 2020년 2년치만을 묶었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다. 남북문제, 코로나19 팬데믹과 방역, 일본제품 불매운동, 조국사태와 검찰개혁, 검언공모, 샤이보수 등 정치적 주제 뿐 아니라 BTS, 영화 '기생충', 성희롱, N번방 등 문화적·사회적 주제도 다루고 있다.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글들은 길어야 2쪽 남짓이다. 짧은 글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의 이면에 관한 '촌철살인'이 돋보인다. 역사학자답게 역사에 빗대어 작금의 현실에 일침을 놓고 있다.

저자는 개혁을 자기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행위라면서 개혁운동가들에겐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례로 김옥균 등 갑신정변의 주역들을 들었다. 김옥균 등은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뀌기 위해 정변을 일으켰다. 명문대가의 자제들인 그들이 만약 기득권을 누리려 했다면 세상을 그냥 놔두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기득권을 누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자기 가문의 기득권 덕에 요직에 올랐다. 개혁의 뜻을 품은 뒤에도 기득권자의 삶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지배세력 내의 개혁운동가들은 한편으로 자기 존재 자체에 주어진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율배반적' 면모를 보이곤 한다고 저자는 설파한다. 저자는 "이들이 가진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비난하면 개혁 드라이브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문제삼아 개혁 세력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반(反)개혁 세력의 고정 레파토리"라고 강조한다.

'토착왜구'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남겼다. 먼저 토착왜구의 어원을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기사에서 찾으며 '토왜'를 현대식으로 풀어 쓴 말이 '토착왜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착왜구를 '한국 내 일본 군국주의 잔존세력'이라고 정의하면서 친일잔재 청산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토로한다. 지금까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의식 자체를 청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 '망월폐견'(望月吠見)은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것은 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개의 버릇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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