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여고생 극단적 선택 진상조사..전교조, "경쟁교육이 부른 사회적 타살"

백경열 기자 2021. 6. 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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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북 안동 한 고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교육당국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교육청사 전경. 경북교육청 제공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오전 9시45분쯤 고교생 A양(17)이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A양은 학교에서 1교시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교사에게 “부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교무실의 별도 공간에서 반성문을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반성문 속에 담았다고 교육당국은 전했다.

A양 유가족은 “A양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교사로부터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받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또 (A양이) 수업시간 중 외출증 없이 학교 밖으로 나갔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은 감사관실과 안전과, 학생생활과 등 합동으로 특별감사팀을 꾸려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역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A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부정행위 적발 건이었는지 파악하는 게 특별감사의 핵심”이라면서 “진상을 소상히 밝히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지난 14일 ‘누구나 존중 받아야 마땅한 존엄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아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이번 사건은) 내신 성적을 내기 위해 실시한 수행평가가 발단이었다.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운영과 경쟁 교육이 문제였다”면서 “입시제도와 경쟁 체계는 학생의 행복을 뺏고 교사의 교육을 틀 안에 가두며 경쟁의 수레바퀴에서 쓰러질 때까지 무한정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청소년 상당수가 경쟁에 내몰려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은 경쟁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경쟁은 더 이상 교육이 될 수 없으며, 누구나 존중 받아야 마땅한 존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는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협력과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배우는 곳이다”고 밝혔다.

박순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A양의 죽음은) 사회적인 타살이다. 경쟁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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