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만 입법 청원' 차별금지법, 국회는 응답해야

한겨레 2021. 6. 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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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의 청원이 14일 10만명을 넘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번 청원은 발의된 법안조차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있는 국회에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를 일깨우는 '죽비'와도 같다.

짧은 기간에 10만명 넘는 시민이 이에 동의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 우리 사회 누구든지 언제라도 차별과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과 공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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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2021년 6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제9차 목요행동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의 청원이 14일 10만명을 넘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달 24일 청원이 공개된 지 20여일 만이다. 국회법은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길 경우 소관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과 함께 논의해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법사위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올라와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 영역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까지 넓힌 ‘평등법’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 청원은 발의된 법안조차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있는 국회에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를 일깨우는 ‘죽비’와도 같다.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을 올린 이는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의 피해자이다. 그는 청원에서 “저는 만 25년 인생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았다. 유복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자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 전, 이 모든 권력이 단지 저의 성별을 이유로 힘없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 또한 언제든 약자, 즉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짧은 기간에 10만명 넘는 시민이 이에 동의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 우리 사회 누구든지 언제라도 차별과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과 공감 때문일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17·18·19대 국회에서도 거듭 발의됐지만, 매번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된 채 철회·폐기되는 수난사가 반복됐다. 차별금지에 ‘성적 지향’ 등이 포함되는 것에 보수 개신교단 일부가 격렬히 반대하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번번이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차별에 대한 금지라는 보편성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인권 확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고갱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시민들의 높은 여망이 확인된 만큼 이제 21대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특히 여야 거대 정당이 국회 청원에 담긴 절박한 목소리에 호응해야 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6월 중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14일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숙성된 논의가 있었다. 범위가 포괄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들이 또다시 립서비스나 ‘희망 고문’이 되어선 안 된다. 국회가 더는 미루지 말고 입법 논의에 바로 착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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