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된 씨앗의 싹을 보고 깨달았다, 나도 아직 할일이 있다고 [Guideposts]

정순민 2021. 6. 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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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히비스커스 씨앗에 담긴 약속 마이크 프레즌
은퇴 후 차고에서 발견한
낡은 깡통 속 봉투엔
80년 전에 부친
편지와 히비스커스 씨앗이..
6주 후, 축축한 흙 사이로
초록 잔가지가 돋아 있었다
"오래된 히비스커스 씨앗처럼
하나님의 도움이 있다면
나도 계속 자랄 것이다"
지역 방송기자로 30여년간 일하고 은퇴한 마이크 프레즌은 낡은 차고를 정리하다가 옛 집주인이 80년 전에 보관해놓은 씨앗과 메모를 발견했다. 화단에 씨앗을 뿌렸더니 정확히 6주 후 축축한 흙 사이로 초록빛 잔가지가 돋아났다. 프레즌은 "하나님의 도움이 있다면 나도 이 푸르른 식물처럼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은퇴했을 때 아내 페그가 처음 꺼낸 얘기는 "잘됐네요! 이제 차고 청소할 시간이 나겠네요"였다. 사실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내가 미뤄왔던 일이니까. 차고의 나무 문을 밀었으나, 문은 내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서 느끼는 것만큼이나 요지부동으로 꼼짝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떨어져 독채로 된 차고는 100년도 넘었다. 마침내 문을 열고 널찍한 판자마루에 발을 디뎠다. 안쪽으로는 틈이 커서 바닥이 다 내려다보일 지경이었다. 지난봄에는 마루 아래에 틀어박혀 사는 여우 가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차하기에 안전한 곳은 아니었지만 안쪽에 차를 쑤셔넣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여기로 이사 오고 내가 일을 시작한 이래로 32년이 넘도록 갖가지 쓰레기가 쌓였다.

나는 시러큐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학위를 받고 뉴욕시 북부에 있는 라디오방송국에서 보도담당자 일을 구했다. 첫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더 북쪽에 있는 올버니로 이사했다. 가족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주의원들과 함께 라디오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의원들이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신 기분이었다. 노력해서 국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에는 심각한 의료 문제를 자세히 다뤘고, 30년 동안 일하고 나니 은퇴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았다. 수십년 동안 장시간 일하면서 엄격한 마감을 지켰는데 이제는 뭘 하지?

곰팡내 나는 차고는 주 의사당의 대리석 복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여섯 살 그레이스와 네 살 릴리 같은 손녀들과 함께하고 90세가 된 어머니를 도울 시간이 더 많을 터였다. 하지만 일에서 느끼던 목적의식과 정체성을 잃을까 봐 걱정이었다.

아이스박스, 눈 치우는 삽, 접어 둔 방수포를 지나갔다. 하필이면 여기서 '빈둥거리고' 있다니. 눈을 들어 서까래를 보니 거미집이 희뿌옇고 얇은 막처럼 걸려 있었다.

'하나님,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요? 아직 절 쓰실 곳이 있나요?'

작업용 장갑을 끼고 선반을 좀 비워내려고 엔진오일 한 상자를 들어내서 치웠다. 다시 벽으로 팔을 뻗자 손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닿았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지저분하고 둥근 금속깡통을 당겨서 꺼냈다. 한 손가락으로 뚜껑에 두껍게 쌓인 먼지를 닦아냈더니 녹색 바탕에 하얀 백합이 드러났다.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할아버지 댁을 청소하던 모습을 지켜보았던 게 기억났다. 아버지는 온갖 곳에 감춰져 있던 돈 몇 줌을 찾았다. 매트리스 아래와 성경 뒤쪽, 포일로 싸서 냉동고에 집어넣은 것까지 있었다. 이 낡은 깡통도 숨겨진 행운을 품었을까?

뚜껑이 튀어올라 완전히 철커덕 소리가 날 때까지 조금씩 풀었다. 숨을 죽였다. 안에는 노란 봉투 몇 개가 있었다. 하나를 열어 보고는 낙심했다.

아내가 차고 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건 뭐예요?"

"씨앗이에요."

단지 씨앗일 뿐이었다.

아내가 걸어와서 통에 든 것을 살폈다.

"봐요, 여기 편지예요."

아내는 3센트짜리 우표에 1940년 5월 13일 소인이 찍힌 빛바랜 봉투를 집어들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편지는 우리 집의 원래 주인에게 보낸 거였다.

"작년에 저희 민박에 들르셨을 때 감탄하신 히비스커스 씨앗을 보냅니다. 땅이 풀릴 때 심고 몇 주 동안 싹이 트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싹이 늦게 튼답니다."

아내가 편지를 읽었다.

"허, 여든 살이라니. 과연 아직 자랄까요?"

내가 말했다. 매다는 화분과 화단이 몇 있기는 했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최근에 백일홍 씨를 심은 정원용 플라스틱 트레이를 집었다. 봉투에서 히비스커스 씨를 흔들어 꺼낸 다음 흙에 밀어넣고 해가 비치는 옥외 테라스 테이블에 트레이를 두었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경험이 많은 정원사 이웃에게 80세 씨앗에 관해 물었다.

"아주 높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어쩌면… 제대로 봉해서 건조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했다면 말이에요."

매일 골든레트리버 어니스트와 페티를 데리고 마당에 나갈 때면 트레이를 확인했다. 일주일 이내에 백일홍 싹이 돋았다. 하지만 히비스커스는 아니었다.

"제대로 자라기에는 너무 오래됐나 봐요."

한숨을 쉬며 아내에게 말했다. 백일홍을 땅에 옮겨 심은 후에 다시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없애 버리려고 트레이를 집어들었다가 어쩐지 망설여졌다. 트레이를 차고 뒤에 치워두었다.

그러는 동안 계속 바삐 지냈다. 몇 년 전에 달리기를 시작해서 5㎞ 시합에 몇 번 나가기도 했다. 이제는 마라톤을 연습할 시간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진 찍기, 특히 개 사진에 관심이 있었기에 내 기술을 향상시켜줄 관련 도서를 몇 권 샀다. 그레이스와 릴리에게 내가 아는 정원 가꾸기와 개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묵혀둔 씨를 심고 6주가 지났을 무렵, 어니스트와 페티를 데리고 마당에서 놀다가 우연히 그 트레이가 눈에 띄었다. 축축한 흙 사이로 초록 잔가지가 돋아 있었다. 더 자세히 보려고 테라스 테이블로 트레이를 가져왔다. 단지 풀일까? 친구들과 떨어진 백일홍일까? 잡초? 아니면 혹시…? 온라인으로 찾아본 히비스커스 그림과 똑같이 펼쳐진 잎을 볼 때까지 아침마다 가장 먼저 확인했다. 묘목을 근사한 테라코타(유약 없이 구운 토기) 화분에 심고는 아내와 손녀들에게 널찍하고 건강한 잎들을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얘들아, 보렴. 이렇게 오래된 것도 여전히 자라서 꽤 멋있어질 수 있단다. 그렇지? 바로 너희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작은 히비스커스가 그랬듯이 하나님의 도움이 있다면 나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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