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가장 유리하게,'11.5% 맞춤 대출' 만들었죠" [fn이 만난 사람]

김성환 2021. 6. 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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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대출 받기 위해 써야했던
33개 항목을 13개로 줄이고
600개 대출 상품 한눈 비교도
"서금원·신복위 저신용자 지원은
오히려 국가적 비용 아낄 장치"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 집무실에서 업무 혁신 사례와 저소득·저신용층 지원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워킹 백워드'라는 책을 보면 아마존은 서비스를 개발할때 고객접점에서 어떤 경험이 일어날지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고객들에게 불편한걸 다 없앴더니 직원들도 편해졌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겸 신용회복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두 곳을 번갈아가며 출근해 업무를 챙긴다.

서금원은 소외계층 대출을 지원하고, 신복위는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 지원기관 수장이지만 언변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를 닮았다. 그의 입에선 '봉사'나 '의무'같은 판에 박힌 단어가 없었다. 대신 '불편함', '업무적체', '시스템' 등을 키워드로 썼다.

■"ARS·종이·보고 전부 없애라"

이계문 원장이 취임했던 지난 2018년 10월. 직원들은 가장 힘든 한해를 보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보고서를 최대한 줄이고 주요 업무 위주로 구두 보고를 하게 했다. 채무자 상담 업무는 본인이 현장을 다니며 직접 참여하며 불필요한 절차를 확 바꿨다. 그 결과 ARS는 없애고 상담원 직접 통화로 전환했다. 현장에서 쓰이는 종이 서류를 최소화했고, 내부 보고는 종이보다는 구두 보고를 더 선호했다.

이계문 원장은 "몇차례 번호를 눌러야만 상담원과 직접 연결되는 자동응답(ARS) 서비스는 효과적인 고객접점과 거리가 멀었다"면서 "1397번을 걸면 바로 상담원이 연결돼 응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서민금융진흥원 콜센터 직원은 2018년 21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5월 기준 77명으로 늘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콜센터도 180명에서 223명으로 증원했다.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새로 만든 셈이다.

현장에선 종이를 없앴다. 당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미소금융지점은 채무상담을 신청하려면 복잡한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나이 든 사람들 편의를 위해 직원들이 도왔다. 이렇게 작성한 서류는 다시 스캔해서 보관하는 등 중복 절차가 잇따랐다.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센터는 '종이없는 창구'로 변했다. 50개 지점에 찾아가 신분증만 내면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이 원장은 "수시로 직접 현장 상담을 하다보니 현장에서 불필요한 서류작업과 절차를 모두 바꿨다"면서 "그 결과 신청하고 11일이나 기다려야 했던 상담 예약 적체기간을 '제로'로 당겼고, 직원 1인당 업무부담도 1일 약 2시간을 줄였다"고 전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그 결과 같은 인원만으로 약 45명의 인력을 증원한 효과를 봤다. 일감이 몰려 야근하던 사례도 사라지면서 직원들도 '워라밸'이 가능해진 시대가 됐다. 직원들은 이 원장 취임 2년차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직원들은 '소통왕', '봉사왕', '실적왕'이라는 키워드로 이 원장에게 진심을 전했다.

■실용적 앱 개발 '100만 다운로드'

지난해 1월 출시한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앱은 합쳐서 최근까지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앱을 빠르고 간편하게 만든게 특징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앱의 경우 △맞춤대출 △햇살론유스 △햇살론17 △미소금융 △휴면예금 △나의 금융생활 건강진단 등 6개 메인 아이콘이 전체 화면의 80%를 차지한다. 큼지막한 아이콘이지만 노인들을 배려해 두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할 수 있게 했다. 아예 화면 상단에 '크게보기'라는 버튼을 만들었다. 버튼을 누르면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조절할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스마트폰이 서투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이계문 원장은 "저소득·저신용층을 지원하기 위한 앱인데 구동하자마자 빽빽한 글자가 보이면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다"면서 "출시 전 여러번 베타테스트를 하고, 개발업체에도 추가 업그레이드를 부탁해 빠르고 간편한 앱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 앱의 경우 평점이 5점 만점에 4.8점을 넘는다. 민간 스타트업 앱과 비교해도 만족도는 최상이라는 설명이다.

■서금원·신복위 지원모델, UN도 주목

이계문 원장은 서비스 방식만 개편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취약계층이 유리한 금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살폈다. 그 결과 서금원에서 소비자가 가장 유리한 금리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 대출'서비스를 앱과 홈페이지 전면에 띄웠다.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맞춤대출을 선택하면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평균 11.5%의 금리를 적용 받을 기회를 제공했다. 맞춤 대출을 받기 위한 입력 항목은 확 줄였다. 기존 33개 항목을 17개로, 여기서 4개를 더 줄여 13개 항목만 입력토록 했다. 상담원이 개인정보 동의 여부를 묻는 과정은 미리 문자메시지를 통해 동의하는 절차로 바꿨다. 지난해 5월엔 '서민금융 한눈에' 서비스도 출시했다. 공공과 민간기관의 600개 대출 상품을 온라인에서 한눈에 비교하고 검색하는 서비스다.

지난 2월 9일 유엔(UN) 사회개발위원회를 통해 낭보가 날아들었다. 개발위원회에서 서금원·신복위의 지원모델을 의견서로 공식 채택했다는 소식이다. 쉽게 말해 서금원·신복위의 지원모델을 세계 모범사례로 꼽은 셈이다.

저소득층에게 대출을 지원하거나 저신용자의 신용을 회복해주는 행위는 전부 국가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지원이 늘어날수록 나라 부담이 더 커진다는 부정적 견해가 있다. 하지만 이계문 원장은 서금원·신복위의 지원모델이 오히려 국가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는 "돈을 벌지 못하고 갚을 능력이 없게 되면 결국 국가 비용으로 살아가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는데 이 비용이 연간 14조원 정도"라면서 "하지만 기초수급자가 되면 경제활동 인구로 다시 돌아오는 비율은 5%에 불과해 그 전에 경제적 자활기회를 줘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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