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리다, 아니 오리가 아니다

2021. 6. 15. 17: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화면에 그려진 것은 오리다.

아니 오리가 아니다.

'오리 작가' 이강소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그림엔 그린 사람의 에너지가 담겨있고, 그것이 보는 이에게 영향을 준다. 알타미라 벽화의 배경과 산수의 그림이 다르듯 사람마다 그림이 다 다르다" 만물의 기운을 붓으로 시각화 하는 것은 작가에게 평생의 과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갤러리현대, 이강소 개인전
이강소 개인전 '몽유' 전시전경 [사진제공=갤러리현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화면에 그려진 것은 오리다. 아니 오리가 아니다.

"오리죠. 아니 사실은 오리 비슷한 그 어떤 것인데, 그 뒤 배경은 구름으로도 보이고 연못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마구 칠했다. 내 그림 앞에선 관객은 오리 비슷한 오리와 연못 비슷한 배경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 한다. 그 간극과 찰나가 흥미롭지 않은가"

전시장에서 만난 일흔 여덟의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오리 작가' 이강소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몽유'(夢遊, From a Dream)를 주제로, 작가의 1990년대 말 부터 2021년까지의 회화 30여점이 나왔다. 평생을 '회화'에서 승부를 보고싶어 했던 작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몽유'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을 함축한 키워드다. "이성으로 무장된 무척이나 자명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꿈과 같다. 나는 늘 부정확하고 변한다. 남들도 마찬가지다. 전체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융합하고 흩어진다"는 작가는 "관객들이 '선생님 작품은 볼 때마다 달라요'라고 말할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결말이 열려있는 소설처럼, 얼마든지 누구나 다르게 해석하길 바란다.

이강소 개인전 '몽유' 전시전경 [사진제공=갤러리현대]

1층 전시장에는 빠른 붓놀림으로 굵은 선을 표현한 '청명'연작과 '강에서'(1999)연작이 나란히 걸렸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기'(氣)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림엔 그린 사람의 에너지가 담겨있고, 그것이 보는 이에게 영향을 준다. 알타미라 벽화의 배경과 산수의 그림이 다르듯 사람마다 그림이 다 다르다" 만물의 기운을 붓으로 시각화 하는 것은 작가에게 평생의 과제다.

이번 전시엔 흑백과 회색의 단색조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신작도 나왔다. 응집된 '기'를 표현하기에 강력한 단색조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어느날 작업실에서 20년전 아크릴 물감을 꺼내서 칠해봤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왜 이것을 안했나. 나를 유혹하는 색이다. 색이 나를 유혹했듯, 유혹하는 색채를 찾아보는 실험 중이다"

화업을 이룬지 50년, 작가는 여전히 '변화'를 강조한다. 설치,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 판화,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던 작가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이끈 주요 작가로 꼽힌다. "작가라면, 끊임없는 노력과 방법론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작가가 '그려진 그림'이라고 칭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오는 8월 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이강소, 청명-20018, 2020, Acrylic on canvas, 112 x 145.5 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