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GTX 안돼" 현수막 내건 청량리..집값 앞에 주민들 갈라섰다

유준호 2021. 6.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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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분열시키는 GTX 노선
청량리주민들 현수막 내걸고
"밥숟가락얹는 왕십리역 반대"
노선수혜 분산놓고 갈등 격화
김포에서는 "노선 신설해달라"
은마아파트는 "지하통과 안돼"
님비·핌피현상도 현재진행형
1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GTX 왕십리역 신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주형 기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노선을 두고 지역이기주의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대치 은마아파트에서는 GTX C노선이 단지 아래로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김포는 강남을 직결하는 D노선을 신설해 달라고 주민들이 나섰다. 급기야 GTX C노선 기존 정차역으로 확정된 청량리역 인근 주민들은 추가 신설 역으로 유력 검토되는 왕십리역에 대해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C노선 '원안 사수'에 나섰다.

GTX 건설 사업이 은마아파트와 같은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김포 사례와 같은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yard) 현상이 맞물리며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말고 또 다른 지역에 철도 노선이 생겨서는 안 된다(Not In Your Frontyard)'는 주장까지 등장한 셈이다. 철도 노선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집값 희비가 엇갈리고 지역 정치권까지 지역이기주의 목소리를 내면서 GTX가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슬 스카이엘(SKY-L65)과 한양수자인, 효성해링턴,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등 주상복합 4개 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GTX C노선의 'GTX 왕십리역 신설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 단지는 청량리역에 인접한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2023년 입주가 예정돼 있다. GTX C노선 청량리역이 개설되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들 단지는 건설 중인 최고 65층 건물 외벽을 뒤덮는 '왕십리역 신설 반대' 초대형 현수막까지 제작했지만 시공사 반대로 내걸지는 못했다. 앞서 정부는 수원·금정·정부과천청사·양재·삼성·청량리·광운대·창동·의정부·덕정 등 10개 역을 GTX C노선 기본계획에 포함하고 3개 신설 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3곳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달 21일 C노선에 대한 사업입찰제안서 접수를 마쳤다. 현대건설은 왕십리·인덕원역 등 2개 역을, GS건설은 왕십리·인덕원·의왕역 등 3개 역을, 그리고 포스코건설은 왕십리·인덕원·의왕·상록수역까지 4개 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안이 유력하게 오르내리자 기존 정차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현수막 제작에 앞장선 입주 예정자는 "청량리역은 1호선이 개통된 이후 40년간 지하철이 추가 신설되지 않았을 정도로 철도 정책에서 외면받아 왔다"며 "GTX 청량리역 신설을 위해 10년 이상 공들여 왔는데, 왕십리역이 갑자기 들어와 숟가락을 얹게 되면 지역 주민들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왕십리역은 청량리역과 불과 2.3㎞ 떨어져 있다"며 "왕십리역이 개통되면 '급행철도'라는 기존 건설 계획 취지가 변질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추가 정차역을 신설하면 그만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개통이 지연된다고 주장한다. 청량리 롯데캐슬 스카이엘 입주 예정자 A씨는 "추가 역 신설은 시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분담해 건설할 수 있으면 제안을 해보라는 것이었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행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빨리 완공되는 게 우선인데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다 보면 각 지역민들의 요구가 또다시 빗발칠 것이 뻔해 지금이라도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 거주지에 수익성 높은 개발 사업을 유치하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개발 사업까지 반대하는 '어깃장 놓기'는 도가 지나치다는 배경에서다. 왕십리역 인근 아파트 단지 거주민 B씨는 "남의 동네 지하철 신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는 살다 살다 처음 본다"며 "착공 지연과 세금이 아까우면 의왕과 인덕원 등 다른 유력 신설 역 등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는데 유독 왕십리역만 물고 늘어진다"고 말했다. C씨도 "결국 본질은 인접 지역과 소위 '급'을 나누고 우리 지역이 더 상급지가 돼야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이기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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