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트럼프도 남미 트럼프도 "반부패" 소리만 요란했네
멕시코·브라질 모두 하락
정권 유지용 구호로 악용
[경향신문]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남미에서 좌우 이념이 정반대인 권위주의 대통령으로 통한다. 각각 ‘좌파 트럼프’와 ‘남미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두 지도자의 유일한 공통점은 부패척결 구호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 부패척결능력지수(CCC)에서 두 나라 모두 점수가 하락하며 ‘스트롱맨’들의 반부패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메리카협의회와 국제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가 14일(현지시간) 내놓은 2021년 CCC지수 보고서를 보면, 브라질과 멕시코는 지난해에 비해 부패척결능력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브라질은 전년보다 CCC지수 변화가 -0.45로 조사대상 중남미 15개 나라 중 가장 크게 하락했다. 콜롬비아(-0.37), 멕시코(-0.30)가 브라질 뒤를 이어 하락폭이 컸다.
CCC지수는 다른 부패연구처럼 현재 각 나라의 부패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남미 각국 정부가 부패를 적발, 처벌, 예방하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지역 내 전문가들에게 법원과 기관의 독립성, 언론 자유 등 다양한 요소들을 설문조사해 측정한다. 올해는 정부의 우선순위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와 경제 살리기에 맞춰지면서 중남미 전역에서 부패 척결 의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에 부패는 없다. 대통령이 부패하지 않았고 부패를 용납할 수도 없다”고 말했지만 올해 CCC지수 법정 관련 점수는 8% 하락했다. 사법기관 독립성이 저해됐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를 부패집단으로 지목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연방경찰 주요직에 임명해 수사기관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기자들에게 “현 정부에서는 부패가 없기 때문에 ‘라바 자투’ 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영 에너지회사가 대형 건설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중남미 9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까지 연루된 게 밝혀진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멕시코 국민들은 부패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평등을 이루겠다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표를 줬지만, 오히려 권위주의자 지도자들은 부패척결 구호를 정권 유지에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미 전문지 아메리카스쿼털리는 “멕시코, 브라질처럼 포퓰리스트 지도자 한 명이 이끄는 ‘원맨 개혁운동’은 거의 효과가 없다”면서 “시민사회, 기업, 정치인 등 다양한 사회적 그룹이 운동을 이끌고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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