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듣고 느낀 점 적는 시험에 부정행위라니.." 딸 잃은 엄마의 하소연

오진영 기자 2021. 6.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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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같고 항상 잘 웃는 둘째딸이었어요."

지난 10일 오전 9시45분. 경북 안동의 한 기숙사형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던 A양(17)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당일 A양은 1교시 영어 수업 수행평가를 치르던 중 담당 교사에게 부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A양은 교무실의 별도 공간에서 홀로 경위서와 반성문을 쓰다 학교를 나와 인근 아파트 15층으로 향했다.

A양의 어머니인 B씨(47)는 15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아침에 둘째딸이 그렇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렸다. B씨는 학교 측이 A양을 지도한 방식이 부적절한 데다 학교를 나서는 것조차 제지하지 않았다며 교육청과 경찰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전교 6등 하는 우리 딸, 항상 밝고 쾌활…친구들도 그런 일 할 애 아니라더라"
사건 직후 A양의 친구들이 B씨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 / 사진 = B씨 제공

유족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A양은 오전 8시40분부터 9시30분까지 영어 과목 수행평가를 치렀다. 담당 교사는 평가 도중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A양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고 A양을 교무실 내 별도로 마련된 공간으로 데려갔다.

담당 교사는 10여분간 A양과 함께 머무르다 2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자리를 떴다. A양은 이 공간에 홀로 남겨졌다. A양은 이 공간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면 0점 처리를 해도 받아들이겠다", "저는 이제 가치가 없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썼다. 이후 A양은 지적을 들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45분쯤 인근 아파트 15층으로 이동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양은 1학기에 치른 중간고사에서 영어 과목 전교 6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도 밝고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가족에게도 늘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고 B씨는 말했다. 사건 직후 A양의 친구들은 B씨에게 "평소에 잔소리를 들어도 웃는 친구", "당일에도 밝게 이야기를 나눴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항상 밝게 웃던 내 딸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수행평가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지적을 당한 데다 모욕적인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며 "기숙사형 학교에 딸을 보낸 것은 딸을 잘 돌봐 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학교 측은 딸을 홀로 방치했고 수업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B씨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당일 A양의 책상에는 수행평가를 대비해 암기한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 쪽지는 A양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던 '암기 페이퍼'라고 했다. B씨는 "담당 교사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생각한 건 책상에서 소리가 났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친구들은 이 쪽지와 수행평가가 관계 없는 내용이라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행평가는 팝송을 듣고 가사와 느낀 점을 적는 내용이었다"며 "감상을 적는데 컨닝을 할 이유도 없고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부정행위로 단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측 조치 미숙"…유족 요구에 합동감사 착수한 교육청·경찰
경북교육청 전경. / 사진 = 경북교육청 제공

B씨와 유족은 사고 당일 해당 학교의 조치가 미숙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A양을 홀로 방치한 담당 교사뿐 아니라 기숙사형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외출증 없이 교문을 나서는데도 제지하지 않은 학교보안관 등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보안관은 A양이 교문 밖으로 나간 뒤 담임 교사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30분이 지난 후에 2차 통화로 사실을 전달했다.

경북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경찰과 특별감사팀을 꾸려 감사 중"이라며 "오늘(15일)도 해당 학교에 감사팀이 나가 사고경위와 학교의 관리감독의무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징계 수위 등) 정확한 것은 감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같은 반 학생들을 전수조사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친구들 중 일부는 담당 교사가 A양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A양과 갈등을 빚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을 문의했지만 학교 측은 "언론 대응 담당자가 없고 학교가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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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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