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푸봄', 금수저 박지훈도 흙수저 배인혁도 그리 푸르지 않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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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소 무례한 요구에도 웃으며 받아주는 여준(박지훈). 골드카드를 갖고 다니며 선후배 상관없이 척척 계산을 해주는 이 청춘은 모두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KBS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의 여준은 OT 한 번 갔다 왔더니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말 그대로 푸른 봄날을 구가하고 있는 듯한 청춘처럼 보인다. 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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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잘 생긴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소 무례한 요구에도 웃으며 받아주는 여준(박지훈). 골드카드를 갖고 다니며 선후배 상관없이 척척 계산을 해주는 이 청춘은 모두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KBS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여준은 OT 한 번 갔다 왔더니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말 그대로 푸른 봄날을 구가하고 있는 듯한 청춘처럼 보인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거잖아. 친구 만드는 거.' 하지만 그가 어두운 거실에 홀로 앉아 되새기는 말에는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 말은 반어법처럼 들린다. 그저 겉으로는 친한 듯 보이지만 실상 속 깊이 마음을 나눌 진짜 친구는 없다는 이야기. 뭐든 돈으로 척척 해결하는 듯한 그의 '쿨'한 면모는 그래서 허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는 말한다. "세상은 어른이 됐다고 말하는데 아직 스스로 어른이라 느껴본 적 없고, 세상은 청춘이라 포장하는데 정작 청춘이라 부르지 못하고... 푸를 청에 봄 춘. 웃기지 말라 그래. 멀리서 보니까 푸른 거겠지." 드라마 시작과 함께 던져지는 그의 이 내레이션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분명히 드러낸다. 제목에 담긴 것처럼, 풋풋해 보이는 청춘들이 실상 겪고 있는 막막함을 담아보겠다는 것.
복학생으로 갖가지 알바를 하며 장학금 한 번을 놓치지 않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남수현(배인혁)은 여러모로 여준과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여준이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면 남수현은 늘 무표정한 얼굴이다. 여준이 늘 친절하게 주변사람들을 대한다면 남수현은 늘 사무적이다. 그래서 남수현의 다른 이들과는 다른 태도가 거슬리는 여준은 자꾸만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려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수현은 철벽을 친다. 그리고 묻는다. "왜 웃냐"고. 그러자 거꾸로 여준은 남수현에게 "왜 안 웃냐"고 되묻는다.
여준은 늘 웃는 모습으로 "괜찮은 사람인 척" 살아가지만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수현은 자신이 그렇게 애써 웃으며 괜찮아 보이려 할 여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연애? 여가? 나 같은 놈은 그런 거 못한다. 없는 놈은 돈만 없는 게 아니라 자유도 없거든.' 금수저 여준과 흙수저 남수현은 그렇게 모두 같은 청춘이긴 하지만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푸른 봄'은 아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금수저 혹은 흙수저로 구분되는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준은 금수저지만 늘 행복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며 살아가면서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린다. 반대로 남수현은 하루하루 웃을 여유도 없이 현실을 버텨내며 살다보니 철벽처럼 쳐버린 섬에 갇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청춘 멜로의 전형적인 틀로 시작한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그래서 달콤하고 설렘 가득한 대학생들의 멜로와 더불어, 그들 앞에 놓인 현실 앞에서 어딘가 뒤틀어져 버린 청춘들의 아픔을 그려나가려 한다. 과연 멀리서 봐야 푸르게 보이는 이들 청춘은 잃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가까이서 봐도 푸른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어떤 계기들이 그런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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