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와플가게 직원들 나섰다, 졸업식 포기한 알바생에 일어난 기적

이철민 선임기자 2021. 6. 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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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전 7시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한 와플(waffle) 가게에 알바생 티머시 해리슨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출근했다. 이날은 해리슨이 고교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었고, 해리슨은 며칠 전 ‘휴일’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었다. 깜짝 놀란 점장 세드릭 햄턴에게, 해리슨은 “부모님이 모두 일해서 졸업식에 못 가고, 차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행사장까지 갈 차편도 없어 그냥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행연습에도 일하느라 가지 못해, 당시 참석자들에게만 나눠 준 졸업가운과 모자도 받지 못했다.

졸업식 날에 가게로 출근한 알바생 티머시 해리슨에게 직원들이 졸업 의상을 입혀주고 있다. /세드릭 햄턴

세 아이의 아버지인 점장 햄턴(38)에게 “졸업식은 그동안 공부한 것을 마무리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하는 이벤트”였다. 와플 가게 직원들이 서로 돈을 모았고, 얘기를 들은 손님들도 잔돈을 보탰다. 쉬고 있던 직원들도 나와서, 한 명은 티머시를 학교로 데리고 가서 졸업가운과 모자를 받게 했고, 다른 직원은 모인 40달러를 갖고 인근 유통체인 ‘타깃’에 가서 졸업 가운 속에 입을 푸른색 정장용 셔츠와 회색 바지, 타이, 회색 운동화를 샀다.

결국 수 시간 내 모두가 달라붙어 준비하면서, 티머시는 졸업식장에서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지역 방송에 소개되면서, 인근 로슨 스테이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교과서와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칼리지 측은 “이 학생은 와플 가게에서 맡은 일에 전념하고 끈기를 보여준 것이 분명하고, 인생에서 뭔가 해내려고 했다”고 장학금 수여 이유를 밝혔다.

가게 직원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졸업식에 참석한 데 이어,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로부터 전액 장학금 제의를 받은 티머시 해리슨.

원래 티머시는 졸업 후 한동안 와플 가게에서 일하다가, 군에 입대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문(門)이 열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티머시는 점장 햄턴과 함께 로슨 칼리지의 캠퍼스를 구경했고, 올 가을부터 컴퓨터사이언스와 경영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티머시는 점장 햄턴에게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진정한 리더”라며 “내가 결코 인생에서 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인생을 바꾸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점장은 티머시에게 “애 하나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달려든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가 너의 마을이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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