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의 성격을 "정치가 아니라 기록"이라고 규정했다.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확히 기록함과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최소한의 해명과 소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국의 시간》의 내용이 역사적 진실인지 부당한 왜곡인지에 대해선 이미 여러 사람이 의견을 밝힌 만큼 이야기를 보태지 않겠다. 대신 이 글에서는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자신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 어머니와 동생과 관련된 의혹뿐만 아니라 검찰의 의도에 대해서까지 317쪽에 걸쳐 자세히 설명한 이 책에서 조국 전 장관이 언급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면, 실수나 착각이 아니라 의도적 생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 1 – 유죄가 선고된 혐의에 대한 설명
본인이 아니라 아내가 한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어머니와 작고한 아버지, 그리고 동생이 연루된 웅동학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자세하고 구제척으로 설명하며 반박하고 있다. 본인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경심 교수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침묵한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국 전 장관은 "항소심이 열려서 치열한 다툼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이 공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다투고 있기 때문에 상세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1심에서 다투고 있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이나 이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 2 – 명백한 거짓에 대한 반성
[Web발신]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알려드립니다(8. 19.)]
1.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 실질 오너가 조 후보자의 친척 조 모"라는 의혹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 조 모 씨는 ㈜코링크PE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어 거의 유일하게 위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투자관련 중국과 mou 체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을 뿐입니다(이건 mou도 사후 무산됨).
– 후보자의 배우자가 조 모 씨의 소개로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에 조 모 씨가 투자 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 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경심 교수 재판 과정에서 명백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정경심 교수 측은 법정에서 조범동 씨가 코링크에 실질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조범동 씨와 정경심 교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녹음파일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조범동 씨가 "투자 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 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조국 전 장관 측의 보도자료는 완벽한 거짓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허위사실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국 전 장관이 아내가 가족 재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영자가 자신의 5촌 조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정경심 교수나 조범동 씨가 조국 전 장관에게 '조범동은 펀드 운용사와 관계가 없다'라고 거짓말을 해서 허위사실이 포함된 보도자료가 배포되게 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조범동 씨가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질적인 대표라는 사실을 조국 전 장관 역시 알고 있었으면서도, 논란이 되는 사모펀드 운용에 조국 전 장관의 친척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경우다.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쪽이 상식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든 조국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준비단이라는 공적인 조직을 활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거짓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조국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공개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위에 대해 해명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317쪽 분량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없었다.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 3 –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러나 약속한 지 1년 후인 지난해에 조국 전 장관의 어머니가 여전히 웅동학원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웅동학원 이사진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거나, 웅동학원이 공익재단으로 이전됐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 역시 《조국의 시간》에는 설명돼 있지 않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건과 불거진 의혹에 대해 소상히 해명하겠다면서도 자신이 지키지 않은 약속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까?
《조국의 시간》에 없는 것들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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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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