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감, '비교'가 아닌' 존중'에서 시작됩니다

칼럼니스트 정효진 2021. 6.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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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가 비교급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면?
아이 스스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은 '비교'가 아닌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만 3~4세가 되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는 오빠가 좋아, 내가 좋아?', '엄마는 내가 좋아, 스마트폰이 좋아?', '아빠는 내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같은 비교급 질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정상적인 발달 단계에 따라 부모가 가장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 자신을 다른 사람 또는 대상과 비교하면서 부러움, 질투, 선망 등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계속 비교급 질문을 하면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려 할 때 혹시 불안한 심리에 기인한 강박 행동이나 애착 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괜스레 심란해지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비교급 표현을 아이가 모방해 대상의 서열화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비교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비교급 표현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묻게 되는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이다. 이 질문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애착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그냥 툭 던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이의 심리적 혼란을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놀이처럼 재미 삼아 묻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다. 만약 이 질문에 아이는 '엄마가 더 좋아'라고 대답하고, 아빠는 '그동안 아빠가 선물을 얼마나 많이 사줬는데, 앞으로는 안 사줄 거야'라고 반응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이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이 시기는 애착 형성과 관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의 불안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 또한, 질문 특성상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종용할 가능성이 있고, 모든 문제의 옳고 그름을 가릴 때 두 가지로만 구분하려는 논리 즉,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자녀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질문이다. 예컨대, '누가 더 잘했어?'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자주 하면, 아이는 마음속으로 '부모는 내가 항상 누구보다 더 뛰어나기를 바라는구나'라고 인식한다. 아이는 형제들과는 별개로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을 바란다. 그러나 부모의 관심이 불평등하다고 느낄 때 자녀들 간 경쟁을 부추길 수 있고, 아이의 질투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환경이 아닌 자녀 간 경쟁을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가정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가정 분위기가 고착되면 아이의 좌절감을 허용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아이 스스로도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엄마, 언니가 그린 그림이랑 내가 그린 거랑 어떤 게 더 잘 그렸어?'라는 비교급 질문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이때 '언니가 더 잘 그렸어'라고 하기보다는 다면적 접근을 통해 '언니는 그림 분위기가 좋고, 너는 캐릭터를 잘 그렸는데'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셋째, 가족 구성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서열화하여 비교급으로 표현하는 경우이다. 가령 '너만 피부가 까무잡잡한 거 아니', '너만 우리 식구 중에 유일하게 코가 낮아' 등의 표현이 있다. 부모가 가족 구성원 모두를 지칭하면서 한 가지 기준을 두고 아이의 열등한 측면을 콕 집어 말할 때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사소한 비교일지 몰라도, 아이는 부모로부터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받지 못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알아가기 위해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비롯된 비교를 통한 경쟁은 아이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은 '비교'가 아닌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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