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중 살인사건 조사"
"민간인 무법 살해 증거 확보"
[경향신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 당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가 사법 절차 없이 즉결 처형한 마약 유통·판매·구매자는 지난 4년6개월간 최소 6000명이며 마약과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일어난 ‘마약과의 전쟁’ 살인사건 정식 수사 허가를 ICC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벤수다 검사장은 “필리핀 보안군 관계자들이 공식적인 법 집행 절차 없이 수천명의 마약 복용 및 기타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자경단’이라 불리는 이들이 경찰로부터 돈을 받고 시민들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벤수다 검사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부시장으로 근무했던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 지역에서 일어난 고문 및 기타 비인도적 행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ICC 검사실이 2018년 2월부터 약 3년간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를 벌인 끝에 하게 됐다. 혐의 조사 기간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2016년 7월1일부터 필리핀이 ICC를 탈퇴한 2019년 3월17일까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필리핀 내 마약 유통의 뿌리를 뽑겠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현장에서 범행이 드러난 마약 사범을 마구잡이로 처형했다. 필리핀 마약단속국은 2016년부터 5년간 이 과정에서 6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ICC는 지금까지 1만2000명에서 3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망자 중엔 미성년자들도 있었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사망 사건에 대해 예비조사를 시작하자 ICC를 탈퇴했다. ICC는 필리핀이 회원이었던 2016년부터 2019년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 없이 처형을 단행한 필리핀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 중 사망자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메나르도 게바라 필리핀 법무장관은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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