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넷플릭스, 바짝 뒤쫓는 토종 OTT [상반기결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미래의 미디어 시장 OTT(Over The Top) 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파랐던 넷플릭스 성장세가 둔화되며, 티빙·웨이브 등의 토종 OTT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주춤하는 성장세, 넷플릭스 천하 무너지나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단연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보유한 OTT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만 벌어들인 수익은 5000억 원에 육박하며 가입자 수는 400만여 명에 달한다.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이용자 수는 이것보다 많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넷플릭스의 월간순이용자수(MAU)는 1001만3283명으로 분석됐다. 2위 웨이브(394만8950명)와 비교해봤을 때 2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이며, 3위인 티빙과 4위인 왓챠의 MAU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높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런 상승세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지대했다. 국제적인 팬데믹 사태로 인해 외출이 제한되며 OT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9개월 동안 넷플릭스 MAU는 3백만 명 가량 증가했다.
다만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최근 들어 비교적 완만해진 상태다. 4월 넷플릭스 MAU는 이전 달보다 소폭 하락한 991만여 명에 그쳤으며, 5월엔 1003만여 명에 머물렀다. 두 달 동안 MAU는 2만 명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됨에 따라 외출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자체적인 행보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국내 출범 5년 만에 한 달 무료 혜택을 종료했다. 때문에 신규 회원이라도 넷플릭스를 체험하기 위해선 돈을 지불해야 한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제한과 요금 인상 방침을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표준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의 가격이 각각 7.7%, 12.5%씩 상승했다. 계정 공유 제한 방침도 현재 해외에서 테스트 중이기에 신규 가입자 수와 MAU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투자 규모 1조"…콘텐츠 강화 나서는 토종 OTT
넷플릭스가 주춤하는 가운데 티빙, 웨이브 등의 토종 OTT는 콘텐츠 강화에 나서며 넷플릭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티빙 쪽이다. 티빙은 최근 KBS2 '1박 2일' 등을 탄생시킨 이명한 본부장을 티빙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명한 대표는 2011년부터 tvN 본부장과 미디어콘텐츠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채널 경쟁력을 키워온 바 있다.
이명한 대표가 선임되며 티빙은 급속도로 변화를 맞았다. 티빙에선 흔치 않았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해당 OTT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기 시작한 것. '대탈출' 정종연PD의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나영석PD의 '신서유기 스페셜 - 스프링캠프', tvN 인기드라마 '마우스'의 스핀오프 '마우스: 더 프레데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우후죽순 탄생하며 타 OTT 유저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힘입어 3월 티빙의 MAU는 327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티빙이 독립법인으로 처음 출범했을 때와 비교해봤을 때 무려 100만여 명 이상이 증가했다. 2위 웨이브와의 격차도 날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CJ ENM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3년까지 티빙에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공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웨이브도 발 빠른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웨이브는 지난 3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웨이브는 콘텐츠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영입하고 전문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웨이브는 지난 5월 tvN '도깨비' '시그널' '미생' 등을 탄생시킨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CP를 영입하기도 했으며, SBS '모범택시', KBS2 '대박부동산' 등의 독점 콘텐츠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기준 웨이브의 MAU는 443만여 명으로 3월에 비해 50만 명 정도 증가했다.
◆ 넷플릭스→티빙, 선택의 폭 넓어진 영화 제작사
티빙과 웨이브가 드라마와 예능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다. 두 OTT 모두 어디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독점 공개'작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국내 OTT 역시 영화계에 뛰어듬에 따라 영화 제작사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더불어 OTT-극장 동시 개봉 방식의 도입은 암울했던 극장가에 한줄기 희망을 선사했다.
영화계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이후 2년 가까이 극장 관객 수는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좌석 띄어 앉기와 극장 내 음식물 섭취 금지 등으로 매출은 급감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며 영화 제작사들은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기 시작했고, 악순환은 지속됐다.
그렇다고 기약 없이 개봉을 연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벼랑 끝에 놓인 영화 제작사가 선택한 건 OTT였다. OTT 행을 택한 첫 작품은 '사냥의 시간'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연기를 거듭하다 같은 해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후 '콜' '승리호' '낙원의 밤' 등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위 작품들은 각종 호평과 함께 OTT에서도 영화 개봉이 가능하다는 성공적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극장 쪽은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넷플릭스가 자사 OTT 독점 공개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극장에선 영화를 선보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OTT의 시선도 영화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빙과 웨이브는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OTT에서만 독점 공개를 하는 것이 아닌 극장 동시 개봉을 통해 극장과의 상생을 노린 것. 덕분에 극장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티빙의 경우 공유·박보검 주연의 '서복'을 동시 공개 방식으로 선보였으며, 한지민·이동욱·강하늘·임윤아가 출연하는 '해피 뉴 이어'도 같은 방식으로 개봉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이미 극장에서 개봉한 바 있는 '나를 찾아줘'와 '미션 파서블' 등을 가져와 자사 OTT 서비스에 독점 공개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티빙과 웨이브는 1위를 빼앗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는 상승하고 작품 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수천억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토종 OTT들이 주춤하는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
넷플릭스 | 웨이브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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