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제작진이 밝힌 'K-애니의 방향성' [인터뷰]
[스포츠경향]
디즈니·픽사가 새 애니메이션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를 내놓는다. 이탈리아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동심 가득한 이야기엔 한국인 제작진도 참여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조성연 마스터라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바라본 한국 애니메이션의 갈 길은 무엇일까.
“예전보다 많이 발전됐지만, 아쉬운 게 하나 있어요. 좋은 작품들을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가 없다는 점이죠.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단발성으로 개봉하는데, 그 부분의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TV시리즈를 길게 만드는 느낌이 나는 것도 그렇고요. 연속적인 시리즈가 나올 수 있는 스튜디오가 나온다면 앞으로 K-애니의 가능성은 더 밝다고 생각해요.”(김성영)
조성연 마스터라이터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앞날에 애정어린 조언을 곁들였다.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선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꾸준히 성과를 내지만, 이후 상업영화로 진출하는 예는 드문 것 같아요. 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생겨서 그들의 재능이 대중에게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조성연 마스터라이터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루카’ 제작기에 대해 털어놨다.
<다음은 김성영·조성연과 일문일답>
Q. 레이아웃 아티스트, 마스터라이터란 직함이 생소하다. 각자 ‘루카’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궁금한데?
조성연(이하 조) : 마스터라이터는 조명 같은 기능이다. 3D 공간 안에서 빛으로 시·공간 분위기를 연출하는 파트다. 석양이 질 때 두 소년이 대화하는 장면에선, 노을과 하늘 색이 내 담당이다.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실제 이탈리아 마을의 해질 때 풍경을 관찰했다. 어떤 색으로 반짝거리는지 확인하고, 실사와 비슷하게 채색한다. 작품을 예쁘게 완성하는 성취감이 있다.
김성연(이하 김) : 레이어드 아티스트는 촬영 부서와 유사하다. 애니메이션 속 카메라 연출을 담당한다. 카메라 렌즈나 거리감을 조절하고 전체적인 샷을 디자인하는 매력이 있는 부서다. 3~4분 정도 되는 한 시퀀스를 맡으면 단편영화를 연출하듯 오롯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완성하는 재미가 있다.
Q. ‘루카’가 기존 디즈니 작품과 다른 차별성이 있다면?
김 : 서정적인 분위기가 짙다. 감독 자체가 아기자기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서 삶과 죽음 등 인생의 큰 명제를 다루기보다는 소소한 주제를 더 예쁘게 다루고 있다.
Q. 작품에 참여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조 : 청량한 여름을 표현하기 위해 수채화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채도도 높아서 다른 영화보다 굉장히 밝아보인다.
김 : 상상과 실제 세계의 앵글과 샷을 다르게 표현했다. 실제 세계는 삼각대에 놓인 것처럼 디자인했고, 상상 세계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듯 찍었다. 롱테이크를 더 많이 쓰기도 했다.
Q. ‘픽사’가 애니메이터들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데, 어떤가.
김 : 여러 직원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간다. 또 작품마다 새로운 걸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오래 다녀도 늘 새로운 매력이 있다.
조 : 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직원도 다민족 구성이라, 내가 한국인이라서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또 만드는 영화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해줘서, 굉장히 자랑스럽다.
한편 ‘루카’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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