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권영찬 "'오월의 청춘', 행복한 경험이었다"

김소연 2021. 6.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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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 권영찬은 80년대 시대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 유용석 기자

배우 권영찬(25)이 '오월의 청춘'을 돌아보며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권영찬은 지난 8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에서 김경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의 광주, 독재에 저항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무고한 시민들이 폭도로 몰려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그린 청춘 남녀의 로맨스. 권영찬이 맡았던 김경수는 '폭도 진압'을 명목으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다. 김경수는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황희태(이도현 분)의 친구로 학생운동 도중 체포, 강제 입대로 계엄군이 됐으나 무자비한 폭력과 불합리한 명령 속에서도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하는 선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권영찬은 "김경수라는 인물을 맡아서 다른 시대의 누군가를 연기했다.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싶어 당시 시대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영상 등을 많이 찾아봤다. 또 80년대라는 시대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대학가요제 영상도 찾아보고 당시 유행하던 노래, 영화를 보고 듣기도 했다. 경수의 마음이 많이 공감돼 연기하는 과정에서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경수라는 인물은 선한 심성의 소유자로 잘못된 상황임을 인지하고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이다. 계엄군이 된 뒤, 거대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할 용기까지는 없지만 자신의 손길이 닿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못 본척 할 수도 없어 심적 갈등을 강하게 겪는다.

극 중 김경수에 부여된 서사는 길지 않았으나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인 까닭에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찬은 "머리로 계산하고 연기하기 보다는 경수가 됐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실제라고 믿었다"며 촬영에 임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어 "연기를 하기 전에는 떨리기도 하고 어떤 감정일지 잘 그려지지 않더라. 상황이 극적이기도 하고. 느껴지는 대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촬영을 위해 머리를 기르기도 하고, 반삭을 하기도 했던 권영찬은 외적인 변신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네 다섯 번은 세수를 해야 지워질 정도로 분장을 했습니다. 또 초반부는 머리를 길러서 찍고 이후 계엄군으로 연기할 때는 반삭으로 짧게 자른 뒤 촬영했어요. 후반부에는 또 긴 머리가 필요해 가발을 쓰고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외면적인 변화가 도움이 꽤 됐습니다."

권영찬은 또 극중 친구인 황희태를 연기한 이도현을 언급하며 "신 중간중간 말도 걸어주고 긴장을 풀어줬다. 첫 촬영이 야외 촬영이라 추웠는데 본인 난로를 들고 오기도 하고 배려를 많이 해줬다. 반하겠더라"라고 이도현의 섬세한 배려에 고마워했다.

권영찬은 함께한 배우 이도현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유용석 기자

권영찬은 극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주저 없이 자신의 연인이었던 장석철(김인선 분)과 김명희(고민시 분)가 사망하던 장면을 꼽았다.

권영찬은 "석철을 엎고 희태에게 달려가 살려달라고 하는 장면과 총 맞은 명희를 마주한 장면은 다른 의미로 감정적인 장면이다. 석철의 경우엔 누군가의 자식이지 않나. 이런 여공을 자식으로 뒀을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그 시대를 살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또 총 맞은 명희를 마주했을 때는 나는 한 명이라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무기력했다는 씁쓸한 마음이나 죄책감이 느껴지더라. 감정이 격앙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단순히 역사책에 한줄 글로 남은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아픈 현재다. 권영찬은 "솔직히 작품을 하기 전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고 쑥스러운 듯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조금 더 알아봤다. 자식, 친구,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을 헤아려보고 이런 상황에서 계엄군이 되어 친구의 앞에 서기도 부끄러웠을 경수의 마음과 상황에 집중하며 감정에 공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 그 시대를 살아본 것이 아니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만약 저라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경수처럼 '부당하다'고 옳은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머리 속으로는 그게 옳다는 것을 알지만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더라"고 솔직히 덧붙였다.

권영찬은 또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경수라는 인물의 성격 자체가 너무 끌리더라. 선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시대를 만났기 때문에 억지로 계엄군이 된 거다. 매력적인 경수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시대적 배경이긴 하지만 한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청춘들의 사랑이나 관계 등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그렇게 고민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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