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상담사 '직고용' 외면하는 정규직 노조..갈등 풀 이사장은 단식?

신다은 2021. 6.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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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 '직고용' 요구 총파업 닷새째
정규직 노조, 비용부담 우려 대화 거부..공단 이사장은 단식
직고용해도 사무직과 임금 달라, 상담사들 "시험봐야 공정?"
지난 10일 2차 전면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50여명이 강원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로비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제공

14년차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이아무개(38)씨는 매일 건보공단 사원증을 메고 출근해 건보공단에서 부여한 사번으로 시스템에 로그인한다. 하루 120여통의 고객 전화를 받을 때 자신을 항상 ‘함께 하는 건강보험’ 상담사라고 소개한다. 평소에 쓰는 책자 등 비품도 건보공단에서 제공되기에 함부로 폐기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씨는 건보공단이 아니라 건보공단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에 소속돼 있다. 이른바 ‘간접 고용’ 노동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가 상담사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닷새가 지나도록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협의 주체인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가 직고용으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사쪽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직원 1624명 가운데 1020명이 고객센터지부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건보공단이 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있는데, 건보공단이 위탁업체를 바꿀 때마다 해고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에서 대금을 받아 인건비를 지급하는 구조여서 임금 협상을 해도 사실상 효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사무직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상담사 업무를 그대로 하되 더 이상 용역업체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센터지부도 이날 자료를 내어 “10년, 15년 일해 온 상담 노동자의 직무 경력은 인정해 주지 않고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과연 공정한 세상이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좁은 문 앞에서만 줄 서 있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1일 고객센터지부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차 총파업에 들어갔다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하면서 24일 동안의 파업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때 건보공단 쪽은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가 이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4개월 동안 사실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2차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사무직 직원들은 1천명이 넘는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기존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센터 직영화와 직고용을 반대하는 공단 직원들의 모임’이라는 익명 채팅방에서도 이런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려가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가 작성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직접고용되더라도 사무직군과 별도의 임금체계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보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에 직접고용된 콜센터 직원들도 별도의 임금체계를 갖추되 사무직 노조와 협의해 노동조건 등을 개선하고 있다. 윤상술 근로복지공단노조 사무처장은 “직접고용 당시엔 사무직과 임금체계가 통합되는 거로 이해해 직원들이 우려했으나 실제로는 임금 회계가 구분돼 있어 지금은 특별히 거부감이 없다”며 “오히려 공단 최전선에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정년만 60살로 보장될 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복지 포인트 등에서도 다른 직군과 차별이 있어 노사가 함께 협의해서 이런 부분을 시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이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가운데 김용익 이사장이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단식에 나섰다. 사진은 14일 단식에 나선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사무직 직군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며 대화를 이끌어야 할 경영진은 ‘단식’을 내걸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14일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의 사무협의회 참여와 고객센터지부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섰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직원들이 자신의 복리후생 후퇴와 임금체계의 변화 등을 막연하게 우려하는데 사실 간접고용된 이들이 직접고용되더라도 기존의 임금 수준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를 만들기 때문에 외주업체에 주던 비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경영진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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