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와 결별 화웨이, 왜 '독자OS' 국유화 선택했나

선담은 2021. 6.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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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맞서 '훙멍2.0' 기술자립
스마트폰 넘어 가전 사물인터넷 강조
샤오미 등도 '탈안드로이드' 외면하자
훙멍 기술독점권 포기 생태계 확장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훙멍(하모니)2.0’을 공개했다. 미국의 대중제재에 맞서 중국이 ‘기술자립’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화웨이의 선택은 자국의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현지 매체들은 화웨이가 지난 2일 발표한 훙멍2.0의 기초 코드를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개방원자재단(Open Atom Foundation)에 기증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도 파트너로 참여한 이 재단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훙멍2.0은 누구든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훙멍의 국유화’라는 말이 나온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확장성 강조

훙멍은 2019년 5월 미국 제재 여파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지원이 중단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해 8월 발표된 운영체제다. 시장의 관심은 처음부터 화웨이가 훙멍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언제 출시하느냐에 쏠렸지만, 지금껏 스마트티브이(TV) 등 일부 제품에만 적용됐었다. 약 2년 만에 발표된 훙멍의 두 번째 버전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40’ 등 모바일 기기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안드로이드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화웨이는 훙멍2.0이 단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넘어 노트북,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란 점을 앞세우며 안드로이드, iOS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백색가전 업체 미데아, 드론 제조사 디제이아이(DJI)는 물론, 티쏘와 스와치 등 글로벌 시계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훙멍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행과 광파은행, 중신은행 등도 훙멍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동참하는 분위기다.

훙멍을 둘러싼 중국 내 반응은 미국의 제재를 ‘차보즈’(卡脖子·목을 조르는 핵심 기술)로 부르며, 기술자립 전략을 추진하고 나선 중국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왜 ‘OS 국유화’를 선택했나

2019년 안드로이드와 결별하게 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지난해 2분기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출하량)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4%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화웨이의 매출액은 8914억 위안(약 155조원), 영업이익은 725억 위안(약 12조원, 영업이익률 8.1%)을 기록했다. 한 해 전보다 매출은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9% 줄어든 셈이다. 지역별 매출을 보면, 중국을 제외한 유럽·아시아태평양·미주 전역에서 매출액이 감소했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자국 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훙멍 생태계’ 구축에 참여할 것을 유도하고 있지만, 샤오미·오포(OPPO)·비보(VIVO)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현재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시장을 생각했을 때, 10년 이상 생태계가 구축된 안드로이드에 견줘 후발주자인 훙멍은 기기 호환이나 앱 지원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과거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마련을 꾀했던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패도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72.7%, iOS 26.5%로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결국 훙멍의 성공 여부는 생태계 확장에 달려있고, 이를 위해 화웨이는 기술독점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적 차원의 ‘훙멍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게 된 셈이다.

 “제재 이전의 글로벌 지위 유지 어려워”

야심차게 독자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출시한 화웨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존재한다고 해도, 훙멍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버금가는 운영체제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다수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G 스마트폰의 해외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웨이는 자구책으로 독자 운영체제(훙멍)를 개발한 것인데, 그 생태계 규모가 안드로이드에 견줘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고 했을 때,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14억 내수시장이 있는 만큼 기업의 존속은 가능하겠지만, 미국의 대중제재 이전 화웨이가 가졌던 글로벌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화웨이 누르자 샤오미 튀어올랐네

한때 삼성전자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던 화웨이가 미국의 대중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샤오미·비보·오포 등 나머지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며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가트너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시장점유율 3위, 비보와 오포는 공동 5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이 크게 두드러졌다. 샤오미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두 48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한해 전보다 65% 늘어난 판매량을 보였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12.9%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동안 비보와 오포는 각각 3870만대와 3830만대를 팔아 전년에 견줘 판매량이 각각 73%, 60% 증가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0.2%였다.
이들 업체의 성장세는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으로의 기기변경 수요가 많았던 점과 화웨이와 엘지(LG)전자 등 경쟁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주춤했던 상황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제재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엘지전자는 지난 4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20.3%), 2위는 애플(15.5%)이 차지했다. 이번 집계에서 1분기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한해 전보다 26% 증가한 3억7800만대로 조사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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