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 文 정권 무능 무책임 상징하는 진풍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조는 현재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 농성 중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직접 고용에 반대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14일 갑자기 단식 농성에 나섰다. 그동안 노조가 단식 농성 등을 벌인 일은 많았지만 사용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온갖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정권이지만 그중에서도 진풍경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것은 김 이사장 본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대립하는 두 노조가 갈등을 빚으면 경영자가 경영 목표에 맞는 결단을 내리고 한쪽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두 노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두 손 들고 단식을 벌인다. 마치 곤란한 상황에 빠진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다.
이 코미디는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0)’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 등이 늘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 없이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아마추어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복잡한 문제를 가볍게 보고 함부로 나섰으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이 늘어난 것은 경직적 임금 구조와 노조의 기득권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 크다. 이런 원인을 개선하는 노동 개혁은 손조차 대지 않고 정치적인 구호로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니 곳곳에서 노노(勞勞)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본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1900명의 비정규직을 직고용해 정규직화한다고 했다. 힘들게 입사한 정규직들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인천공항 노사가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는 명확한 지침도 주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책을 정치화한 부작용이 앞으로도 계속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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