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칼럼]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장병 죽음 모독하는 현실 서글퍼
국민이 존경과 예우 갖출 때
유공자 자부심 생겨날 수 있어
22살 청년 서연평입니다. 저는 1999년 6월15일 태어났어요. 제가 첫 울음을 터뜨린 날에 우리 해군이 서해 연평도 앞바다를 침략한 북한 함정을 물리쳤어요. 해군 출신인 아빠는 그날의 승리에 감격해 제 이름을 ‘연평’으로 지었습니다.
조국은 그분을 버렸지만 그분은 차마 조국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분은 3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상사의 부인은 말합니다. “남편이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를 제가 어떻게 버릴 수 있느냐”고. 그것이 유족들의 마음입니다. 북의 총탄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국가보상금 1억여원으로 기관총 18정을 사서 해군에 기증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천안함 피격사건이 터졌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 같이 수업시간에 46용사에게 묵념을 올렸어요. 초등생들도 아는 그 진실을 지금의 위정자들은 왜곡하고 부정합니다.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피격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하고, 여당의 부대변인을 지낸 사람은 “함장이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수장시켰다”고 모독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고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백발의 유족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누구 소행인지 말해 달라”고 절규해도 입속으로 우물거리기만 합니다.
한 상사의 부인이 전한 미국의 유공자 예우방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그분은 2003년 매사추세츠에서 6·25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 창립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미국에 갔습니다. 초대도 받지 않은 불청객이었으나 그분이 전쟁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대접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상석인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옆자리를 내줬습니다. 조국에서 홀대받던 분이 타국에서 칙사 대접을 받은 것이지요.
문 대통령은 “보훈은 제2의 안보다.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공자들의 자부심을 짓밟고 제2 안보를 허무는 이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아닌가요? 자긍심은 유공자에게 문패를 달아주는 ‘K-보훈’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존경과 예우를 갖추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일전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우럭 등의 요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잘 가라 우럭아. 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설명을 달았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글을 패러디했다는 것이죠. 참 씁쓸합니다. 우리가 정말 고마워해야 할 대상은 우럭이나 세월호 아이들이 아니라 나라에 헌신한 분들입니다.
오늘 연평해전 22돌을 맞아 여섯 용사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봅니다.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박동혁.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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