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악플러들의 무더기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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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분만 나빠져서 댓글 안 본 지 오래됐어. 다들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뉴스기사 댓글란을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적잖은 지인들이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를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음모론을 펼치거나 혹은 과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분노를 배설하는 데에 열중하는 일부 댓글러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만약 A씨가 법적 대응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사과문과 악플의 자진 삭제가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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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분만 나빠져서 댓글 안 본 지 오래됐어. 다들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뉴스기사 댓글란을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적잖은 지인들이 이렇게 답했다. 댓글 작성은커녕 최근엔 읽기조차 꺼려진다는 대답이 쏟아졌다. 댓글창 속 부정적 기운에 매번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음모론을 펼치거나 혹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분노를 배설하는 데에 열중하는 일부 댓글러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이 악성댓글의 심각성을 크게 실감한 사례는 ‘한강 대학생 사건’이다. 지난 4월 말 숨진 대학생의 친구 A씨를 향해 한 달 넘도록 가해진 인신공격성 악플은 양과 질 모두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A씨 측은 이달 4일 가짜뉴스 및 명예훼손성 댓글을 단 누리꾼 수만명을 대상으로 무관용 고소전을 예고했다.
놀랍게도 단 나흘 만에 선처를 요청하는 이메일이 1000건 가까이 쏟아졌다. 이들은 ‘로펌’의 요구대로 자신이 쓴 악플 등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보냈다. 그토록 날 선 언어로 누군가를 공격하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반성이었을지도 의문이지만, 더 허탈한 지점은 이것이다. 만약 A씨가 법적 대응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사과문과 악플의 자진 삭제가 가능했을까.
무자비한 댓글 공격에 가담함으로써 자신이 알량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믿는 이들의 삶이라고 풍요로울 수 있을까. 타인을 향한 기본적 예의와 수치를 모르고 드러내는 원색적인 적의는 척박한 자신의 마음을 ‘자기소개’하는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리 또한 스스로를, 더 나아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행동할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각자의 밀실 속에서 운신 폭을 줄이기보단 공동체로서도 대응을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A씨와 같은 이들의 법적 대응은 그나마 작동하는 방어수단이자 그동안 손 놓았던 시민교육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차선책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들의 행보에 응원을 보탠다.
정지혜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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