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호 전담부대, 신병으로 1살짜리 올빼미 뽑은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러시아 연방경호국(FSO)이 최근 키 60㎝, 몸무게는 1.5㎏짜리 ‘신병’을 뽑았다. ‘부란(눈보라)’이란 이름을 가진 한 살짜리 수컷 흰올빼미다.
‘부란’은 FSO 모스크바 크렘린궁 사령부의 일곱 번째 맹금(猛禽) 요원으로 임관했다고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이 12일 보도했다. 크렘린궁 사령부는 수리부엉이·독수리 등 기존 6마리로 구성된 별도의 맹금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부대 조련사는 “부란이 비록 만 1세가 채 되지 않았지만 성장이 빨라 전력에 충분히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맹금 부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까마귀 때문이다. 모스크바엔 최대 100만마리가 넘는 까마귀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갑자기 나타나 시민들을 놀라게 하거나 울음소리로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크렘린궁과 인근 붉은 광장의 건축물과 동상들이 배설물에 부식되기도 한다. 맹금 부대는 낮에는 독수리류, 밤에는 야행성인 올빼미류를 순찰시켜 까마귀들을 쫓아낸다.
신병의 역할은 ‘미끼’다. 까마귀들이 덩치가 작고 깃털 색도 창백한 흰올빼미를 병든 개체로 인식해 공격하려고 접근할 때 덩치가 큰 다른 맹금들이 나타나 쫓는 작전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FSO 측은 설명했다.
맹금 부대는 푸틴 ‘심기 경호’에도 중요 역할을 한다. 푸틴이 모스크바를 시찰할 때 들를 곳에 미리 배치돼, 까마귀들을 선제적으로 몰아낸다. 푸틴이 매해 신년 연설을 촬영할 때도 맹금 부대 공이 크다. 푸틴은 주로 크렘린궁 바깥에서 신년 연설 장면을 녹화하는데, 까마귀가 푸틴의 연설 도중 울지 않도록 녹화 한 시간 전부터 맹금 부대가 순찰을 돈다.
모스크바의 까마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소련 시절 급격한 산업화로 천적이 급감하던 1930년대부터다. 소련 정부는 까마귀를 저격하는 특수 부대를 두거나 까마귀 사냥에 포상금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 등이 항의하자 1983년부터 맹금 부대를 시범적으로 운용했고, 성과를 내자 1989년 모스크바 크렘린궁 사령부에 정식 편입돼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강릉 앞바다 여유롭게 누빈 의외의 정체
- “SBS가 자른 것 아냐” 최화정, 27년 진행 ‘파워타임’ 마지막 인사
- [르포] “대만 반도체 없는 엔비디아는 몽상” 젠슨 황 연설에 대만 청중 열광
- 사소 유카, 3년 만에 US여자오픈 또 우승
- 폭염 속 카트 정리로 생계 꾸리던 90세…사연 알려지자 일어난 일
- “여성 조기 입학시키면, 남녀 매력 느끼는 데 기여” 국책연 저출생 제안 논란
- 트럼프 “내가 수감되면 대중이 못 받아들여”...소요사태 경고
- 판사 출신 변호사 “하이브, 소리만 크고 행동은 소심”
- 첫 여성 대통령 각축 멕시코 대선 투표소서 총격 “최소 2명 사망”
- 유죄 평결 받은 트럼프, 맨 처음 프로 격투기 경기장 찾아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