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는데 그것만 없어요" 타이레놀 구하러 2시간 걸었다

고득관 2021. 6. 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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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아마 몇 달은 걸릴 거에요. 다른 동네 약국 가보세요."

곧 백신을 맞는 부모님을 위해 타이레놀을 사러 왔다는 30대 남성 A씨가 "이것 말고 (타이레놀은) 없느냐"며 재차 물었지만, 약사는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수급이 어려워 연말이나 돼야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약국에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에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진통제도 괜찮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다들 타이레놀만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중구의 약국 10곳을 2시간 동안 찾아다녔으나, 타이레놀 재고를 보유한 곳은 단 2곳뿐이었다. 찾아간 약국마다 타이레놀이 있는지 문의하는 시민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대책으로 떠올라...수요 급증

지난 3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접종 후 어느 정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 다양한 진통제가 있다. 방역당국은 이중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진통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타이레놀을 언급했는데 타이레놀만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약국에선 타이레놀을 고집하는 시민과 약사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백신 접종을 막 마치고 왔다는 60대 남성 B씨는 "같은 성분"이라는 설명에도 "왜 약국마다 다 없다는 거야"라며 연신 툴툴거렸다.

B씨가 끝내 빈손으로 돌아서자 약사 C씨는 지친 표정으로 "똑같은 설명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진 = 연합뉴스]
한 사람당 1통으로 제한하기도...식약처 "공급 늘릴 것"

타이레놀이 있는 약국이라고 원하는 만큼 타이레놀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약국에 따라서는 1인당 10정짜리 1통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는 곳도 있었다.

적은 양이나마 어렵게 구했다는 약사 D씨는 "1통에 2500~3000원인데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고가 넉넉한 편이라는 약사 E씨도 "같은 성분이니까 한번 봐 보라"며 다른 약을 연신 권했다. E씨는 "(인당 구매량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 열댓명은 온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약사회도 공식 성명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이미 국내에는 타이레놀과 성분과 함량이 동일한 수많은 의약품이 시판되고 있다"며 "당국이 백신 접종 초기부터 타이레놀을 직접 언급하여 해열제 선택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는 자신이 찾는 제품이 아니라고 항의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국민 홍보활동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와 관련, 의약품 생산업체 출고 상황에 맞춰 오는 15일 약 5000만정을 시작으로 전국 약국에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빠르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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