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띄운 '무지개 연정'..앞길엔 짙은 '네타냐후 그늘'

윤기은 기자 2021. 6. 1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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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 연정 승인

[경향신문]

굳은 표정으로 악수 이스라엘 의회 신임투표 결과 12년 만에 총리직을 떠나게 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가 13일(현지시간) 새 총리가 된 연립정부의 나프탈리 베네트와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 | 로이터연합뉴스
찬성 60 대 반대 59 ‘1표 차’
신임 총리 오른 극우 베네트
대외 정책 큰 차이 없을 듯
다양한 정당 모여 분열 우려
네타냐후의 ‘흔들기’도 불안

베냐민 네타냐후 시대가 막을 내리고 좌우는 물론 아랍계까지 이스라엘 8개 정당이 모인 ‘무지개 연정’이 출범했다. 다양한 정당이 정부를 이끌어가며 다원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낙관론과 동시에, 내부 분열과 네타냐후 진영의 정치 공세로 연정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가 찬성 60표 대 반대 59표로 극우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49)를 차기 총리로 한 이스라엘 36대 연립정부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정은 반네타냐후 연정에 반대하던 아랍계 정당 라암의 사이드 알하루미 의원이 반대표가 아닌 기권표를 던져 가까스로 출범했다. 새 정부의 임기 4년 중 처음 2년은 극우정당 야미나의 베네트 대표가, 2023년 8월부터는 이번 연정을 주도한 중도 성향 정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라피드 대표는 전반기 연정에서 외무장관을 맡게 된다.

이번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첫 ‘무지개 연정’이다. 제2당인 예시 아티드(17석)를 중심으로 중도 성향 청백당(8석), 우파 성향 뉴호프(6석), 중도우파 성향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극우 성향 야미나(7석 중 6표), 좌파 성향 노동당(7석)과 메레츠(6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 중 3표)이 연정에 동참했다. 이스라엘 연정에 아랍계 정당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각도 기존과 다르게 다양한 인사로 구성됐다. 이번에 임명된 장관 26명 중 여성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많은 9명이다. 예시 아티드뿐 아니라 연정에 참여한 이스라엘 베이테이누, 청백당, 노동당, 메레츠 등 여러 당의 소속 인사들도 장관직에 임명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네타냐후 정부의 붕괴와 전례 없던 무지개 연정 출범에 환호하는 시민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 에레즈 비주너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성공과 통합을 원한다”고 말했다. 베네트 총리는 의회 신임투표에 앞서 한 연설에서 “이번 정부는 모든 이스라엘 시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협력을 통해 정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이자 극우 성향을 가진 베네트 총리의 대외정책 기조는 네타냐후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네타냐후 아래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2019년 팔레스타인 공습을 지시했으며, 이번 의회 연설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적”으로 표현했다.

대이란 정책도 네타냐후 정부와 닮은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네트 총리는 “이란에 대한 강경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이란핵합의(JCPOA) 복원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정권 중 하나에 다시 합법성을 부여하는 오류”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양한 정당이 모인 만큼 국정 운영에서 뜻을 모으기 어렵고, 이는 정국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베네트 총리가 연정 내부 좌우파와 유대·아랍 간에 다수의 의견 불일치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한 민족이자 같은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 정당인 라암은 베네트의 반팔레스타인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알자지라는 그 외에 초정통파 유대교에 도전하는 진보 유대교 세력을 대하는 방식, 성소수자 권리 등의 분야에서 연정 내부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0석을 차지하며 의회에서 여전히 제1당으로 남은 네타냐후 전 총리의 리쿠드당이 호시탐탐 정권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새 연정의 불안 요소다. 선거 사기를 주장하고 있는 네타냐후 전 총리는 마지막 연설에서 “이 위험한 정부를 뒤집고 나라를 우리의 길로 이끌 것”이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트 총리가 의회에서 연설할 당시 리쿠드당 의원들이 그를 향해 “범죄자” “거짓말쟁이”라고 외쳐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는 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트 총리는 “협력을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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