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표 차로 막 내린 '네타냐후 12년 집권'.. 베네트의 '무지개 연정' 앞길은

강지원 2021. 6.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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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12년 만에 정권 교체 성공
'반네타냐후'로 좌우· 아랍계 정당 참여
베네트 새 총리, 대외정책 강경 이어갈듯
"경제·방역 등 보편적 문제에 집중할 수도"
이란 문제 두고 미국에 대립각 세울지 관심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에서 신임투표를 마치고 나프탈리 베네트(오른쪽) 신임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2009년 이후 이스라엘에서 지속돼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이 13일(현지시간) 새 연립정부(연정) 출범과 함께 1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반(反)네타냐후’라는 단일 목표 아래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좌우 이념적 정파는 물론, 아랍계 정당까지 한데 뭉친 ‘무지개 연정’이 탄생하며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그러나 연정 참여 8개 정당 간 정치적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최근 요동치는 중동 정세 영향 탓에 정국 안정까지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오후 특별 총회를 열어 재적 120석 중 찬성 60표 대 반대 59표, 기권 1표로 새 연정을 승인했다. 사전 합의에 따라 야미나당 출신의 나프탈리 베네트(49) 의원이 신임 총리로 임명됐고, 2년 뒤에는 야이르 라피드(57) 예시 아티드당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한다.

13일 이스라엘 크네세트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나프탈리 베네트(오른쪽) 이스라엘 신임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왼쪽) 예시 아티드당 대표가 함께 투표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새 연정 성공 여부는 8개 정당의 단합

베네트 신임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를 향해 “정치적 진흙탕 싸움이 이스라엘을 약화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나와 매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능력이 있다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함께 일할 것이고, 국가의 균열을 함께 메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정의 수장으로서 ‘단합’을 강조한 것이다.

새 연정의 성공 여부는 단연 이념과 정치적 목표가 제각각인 8개 정당의 단합에 달려 있다. 기드오 라핫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정부의 탄생”이라며 “새 정부의 가장 큰 도전은 ‘버티는 데’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들의 처우 문제가 우선 해결되지 않으면 연정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도 “네타냐후를 정치권에서 밀어내는 데 합의했던 게 연정의 동력”이라며 “새 연정은 강경 우파의 유대교 청년들 의무병역 법안 요구 등 정치적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정당들 간 타협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이란 정책은 '강경' 고수

정권은 바뀌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한 대외 정책은 기존의 강경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강경파 유대교 원리주의자인 베네트 신임 총리는 스스로 ‘네타냐후보다 더 강력한 우파 정치인’을 자처해 왔다. 실제 그는 지난해 국방장관 재임 시절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에 병합하고, 이곳에 건물을 짓는 일도 강행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치가 분수령을 맞았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트를 비롯, 새 연정 내각 구성원 대부분이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지지해 온 탓이다.

다만 네타냐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새 연정에서 베네트가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유발할 만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연정 소속 아랍계 정당과의 갈등을 빚을 게 뻔하다는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새 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예민한 이슈보단, 경제와 방역 같은 보편적 문제 해결을 앞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올해 1분기에 전 분기보다 6.5% 감소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문제 등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실업률이 코로나19 확산 이전(3.4%)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사실도 새 정부로선 발등의 불이다.

그럼에도 관심의 초점은 역시 대이란 정책이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최대 적으로 규정하고 이란의 핵 보유를 막겠다는 강경 노선을 걸어 왔다. 베네트 신임 총리도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정권 중 하나를 합법화하는 실수”라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미 공화당 등에 든든한 후원 세력을 가졌던 네타냐후와는 달리, 베네트 신임 총리가 대이란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공공연하게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 새 연정 출범을 축하하며 “양국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강화하기 위해 베네트 총리와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최대 우방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베네트 총리 역시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12년간 최장기 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 신임투표에서 패배한 뒤 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네타냐후 재기 가능성은 불투명

총리직에서 물러난 네타냐후는 야당인 리쿠드당 총수로서 재기를 도모할 전망이다. 이날 마지막 연설에서 그는 “야당으로 전락하는 게 운명이라면 위험한 정부를 무너트릴 때까지 고개를 들고 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집권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 부정부패 등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하는 데다, 연정이 그의 복귀를 막기 위한 ‘연임 금지 입법’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잇따른 정치적 위기에도 12년 2개월간 최장기 집권을 한 네타냐후에 대해 “재임 시절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냈지만, 장기 집권에 따른 반발과 부정부패 문제 등으로 결국 측근들에 의해 밀려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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