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TV 고르러 갔다, 영업사원 없어도 편하네

오로라 기자 2021. 6.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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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기자 지난 10일 오후 11시 서울 서초구 LG베스트샵 서초본점에서 LG전자의 로봇 ‘클로이’가 간식과 가전 카탈로그를 싣고 매장 안을 누비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9개 매장에서 야간 무인 체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밤 11시. 서울 서초구 LG전자의 4층짜리 대형 가전매장 ‘LG베스트샵 서초본점’은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지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정문 앞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건강 문진표를 작성하자 자동문이 열렸다. 매장 입구에선 대형 키오스크가 심야 방문객을 맞았다. 전시공간인 2~3층에는 LG전자의 자율주행 로봇 ‘클로이’가 간식과 제품 카탈로그를 싣고 매장을 누볐다. 방문객들은 각 제품 옆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키오스크를 클릭해 정보를 확인했다. 직장인 정모(34)씨는 “말을 거는 영업사원이 없어 마음 편하게 제품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무인 매장을 누비는 LG전자의 로봇 '클로이'./오로라 기자

이 매장은 LG전자가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자정까지 운용 중인 무인 야간매장 9곳 중 한 곳. LG전자 관계자는 “고가 제품은 가격이 수백만원대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를 위해선 대면 상담이 필요하다”면서도 “당장의 매출보단 미래 잠재 고객을 붙잡기 위해 체험형 매장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대형가전과 완성차 같은 고가 제품 업계에 무인 매장 바람이 불고 있다. 직원의 적극적인 응대로 제품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대화보다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찾는 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늘어나는 무인 체험 매장

◇영업사원·딜러 없어… 젊은 세대 취향 저격

현대차의 무인매장에서 로봇 '달이'가 고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서울 송파구의 4층짜리 현대자동차 전시장도 평일 저녁 8시, 주말 저녁 6시 30분 이후부터 저녁 10시까지 딜러 없는 ‘무인 전시장’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된 이 매장을 찾는 고객 중에선 30대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직원 대신 고객들을 맞이하는 건 현대차의 AI(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이’다. 아반떼, 아이오닉5, G80 같은 전시 차량을 살펴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달이를 찾으면 된다. “헬로 달이, G80 설명해줘”라고 말하면, 이 로봇이 음성으로 차량 소개를 시작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젊은 층의 반응이 좋아 야간 비대면 전시장을 늘리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장 역시 실제 차량을 구매를 하기 위해선 딜러와의 상담 예약이 필수다.

◇통신업계도 무인화 바람

SK텔레콤의 24시간 무인 매장이 있는 홍대 T팩토리의 모습. 저녁에도 매장 불이 켜져있다./SK텔레콤

통신업계에도 무인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지난해 10월, 올 1월과 3월에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들에는 안면인식이나 QR코드 인증과 같은 방법으로 입장하고, 삼성전자·애플 등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직접 써볼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들은 키오스크를 통한 ‘셀프 번호 개통’과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클릭 몇 번으로 내가 원하는 요금제와 선호 번호를 찾아 개통하고, 바로 옆에 비치된 스마트폰 자판기·무인 사물함을 통해 원하는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첫 무인 매장인 서울 홍대 T팩토리에선 방문객 6~7%가 셀프 개통을 선택했다. 직원 없는 ‘셀프 개통’을 선택한 고객 대부분이 20~30대였다. 대구 동성로에 첫 무인 매장을 연 KT는 젊은 층의 호응이 크자 서울 가로수길에 2호 무인 매장을 연내에 연다는 방침이다. 서울 종각에서 오픈한 LG유플러스의 무인 매장 ‘언택트스토어’는 지난 3월 22일 개장 후 80일 만에 방문객이 4000명을 넘어섰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무인 식당이나 무인 편의점처럼 삭막하다는 평가가 나올까 걱정했지만 유인 매장보다 오히려 편하다는 반응이 다수”라며 “앞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매장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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