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칼럼] 'G7+3'의 한국은 '대중 전선'에 편입됐나?

정의길 2021. 6.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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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칼럼]한국이 이번 G7을 계기로 그 공동성명의 내용을 ‘대중 관계’에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위기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기회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중 대결에서 한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위상을 들이밀어야 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아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룬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정의길 ㅣ 국제부 선임기자 

한국은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열린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음으로써, 국제적 지위와 위상이 분명 ‘격상’되게 됐다. 문제는 그 ‘격상’이 한국에 기회와 위기를 모두 주는 고단한 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내민 손을 잡고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이제 미국은 한국을 앞장세워서,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지뢰밭을 먼저 통과하라고 채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G7 정상회의와 한국의 초청은 이를 말해준다.

이번 G7 공동성명은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을 가장 명시적으로 겨냥한 것이고, 1975년 이 회의 창설 이후 중국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비판”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존 커턴 토론토대 G7 연구그룹 소장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G7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선진국들의 경제 협의체에서 지정학적 협의체로 성격을 강화했다.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는 미국 주도의 서방 헤게모니 질서에 대한 옹호가 갈수록 G7의 의제가 될 것이다.

애초 G7은 1975년 6개 선진국으로 창설될 때 당시의 오일 쇼크와 인플레이션 등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혼조에 대처하는 경제 협의체로 출범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1997년에 가입해 G8로 한때 확장된 것이나, 2003년 G8+5 형식으로 중국이 초청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 축출, 중국의 본격적인 부상은 G7을 서방 주도 국제질서의 옹호체로 밀고 나갔다.

트럼프 정부가 G7에 한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를 참가시켜 G10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더해 G11로 확대하려 한 것은 격화되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였다. G10 구상이 무산된 것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선진국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일본의 반대 때문이라고 하나, 이는 현상적인 진단이다. 그보다는 인도 등 대상 국가의 소극적 자세가 컸다. 전통적인 비동맹 국가인 인도는 G10에 가담해 선택지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G7은 그 뒤 실질적으로 G7+2 혹은 G7+3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남아공이 초청됐다. 그중 오스트레일리아는 이제 G7의 상수가 됐고, 인도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들락날락할 것이다. 한국은 초청을 받은 이상, 인도처럼 들락날락할 처지가 되기 힘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국이 2년 연속 초청받은데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의장국 영국의 영연방 국가로 초청받은 점을 들어 “한국이 사실상 G8에 자리매김한 것 아니냐는 국제적 평가가 나온다”고도 했다.

G7에 한국이 초청된 것은 명확하다.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나, 특히 G7이 앞으로 몰입할 미국 주도 서방 헤게모니 질서의 유지에서 한국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이번 G7 공동성명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며 타국의 언급조차 거부하는 신장·홍콩·대만·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적시하며 비판했다. 이 성명은 G7 국가들이 작성한 것이지, 한국은 물론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그 성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는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이다. 한국이 이번 G7을 계기로 그 공동성명의 내용을 대중 관계에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위기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기회이다. 중국 역시 한국을 포기할 수 없고, 적대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임을 우리는 이용해야 한다.

이번 G7에서 미국의 요구가 마냥 반영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신장에서의 강제노동이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옥죄려는 단초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 문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기후위기 대처 등을 명분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해 자신들의 국익을 유지하려 했다.

한국은 이제 중국에 대해서는 G7+3의 일원으로서 입장을 내밀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중 대결’에서 한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위상을 들이밀어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G7에서 미국의 대중 전략이란 “대결이나 분쟁으로 밀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기술 분야처럼 안보 분야에서도 향후의 거칠어질 경쟁을 향해 동맹과 협력국들을 모으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G7에 올라탔다. 한국의 위상은 격상됐고, 일관된 외교 노선만이 그 위상을 우리에게 기회로 만들어줄 것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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