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소탐대실 부를 '종부세 완화' 빨리 포기를

한겨레 2021. 6.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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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의원 60여명이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에게만 부과하는 부동산특별위원회의 '종부세 완화 방안'에 반대했다.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늘어났지만, 부과 대상 주택은 전체의 4%에도 못 미치고, 상위 부담자가 세금의 대부분을 내는 현실에서 종부세 완화는 명분이 약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1주택자 18만3천명이 종부세 1956억원을 내는데, 특위안대로 상위 2%에게만 부과하면 납부 대상은 9만4천명, 세수는 1297억원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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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60여명이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에게만 부과하는 부동산특별위원회의 ‘종부세 완화 방안’에 반대했다.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늘어났지만, 부과 대상 주택은 전체의 4%에도 못 미치고, 상위 부담자가 세금의 대부분을 내는 현실에서 종부세 완화는 명분이 약하다. 오히려 집값 불안을 부추길 위험성이 크다. 민주당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는 종부세 완화안을 조속히 포기하기 바란다.

민주당 내 모임인 ‘민주주의 4.0’, ‘더좋은 미래’,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 63명이 최근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부동산특위의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종부세 완화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책 일관성을 해쳐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제도에서는 1주택자 18만3천명이 종부세 1956억원을 내는데, 특위안대로 상위 2%에게만 부과하면 납부 대상은 9만4천명, 세수는 1297억원으로 줄어든다. 송영길 대표는 “종부세가 늘었는데 이 정도도 안 깎아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부세가 늘었다고 해서 완화하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특위 자료만 봐도 1주택자의 1인당 종부세액은 106만원에 불과하다. 공시가격이 9억원(시가 13억~14억원)에 달하는 주택 보유자가 연간 100만원 남짓한 종부세를 내는데 ‘중산층세’ ‘대중세’라며 ‘세금폭탄론’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가깝다.

또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 공동주택은 52만4600호로, 전체 공동주택의 3.7%에 불과하다. 서울시로 좁혀도 대상 주택은 16%로, 나머지 84%는 종부세와 무관하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0년 종부세 백분위 자료’를 보면 종부세 대상자 중 상위 1%가 전체 종부세의 43%를 냈고, 하위 50%는 4.4%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표출된 부동산 민심을 반영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선심을 쓰려다가 집값 안정과 정책 일관성을 해쳐 전체 민심을 잃는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도 빛이 바랠 수 있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뒤 정책의총을 열어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여당의 결정이 늦어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하루속히 종부세 완화 포기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다만 은퇴한 고령층에 종부세 납부 시점을 주택 처분 때까지 늦춰주는 ‘과세 이연제’ 같은 보완책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집값 급등으로 가만히 있는데도 세금이 늘어난 데 대한 불만이 큰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무엇이 전체 사회를 위한 선택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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