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율車 1대에 반도체 2천개씩..현대차 공급망 안정 나섰다

이종혁,박윤구,박재영 2021. 6.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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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키파운드리와 車반도체 협력 의미는
전략물자로 부각된 車반도체
한국 시장규모 일본의 10분의1
수입에 의존하던 현대차그룹
모비스 중심 공동개발 추진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길 듯
칩 품귀에 공장 셧다운 반복
美앨라배마 또 일주일간 중단

◆ 반도체 품귀 파장 ◆

현대자동차그룹과 DB하이텍·키파운드리가 국산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첫발을 뗐다.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전력 반도체가 국산화의 첫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업을 이끄는 1차 원동력은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생산 손실이 갈수록 심화되는 현대차그룹의 강한 의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차례 생산 차질을 겪은 현대차·기아는 올해 반도체가 없어 가동중단(셧다운)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예 이번 기회에 전기차(EV)·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내재화하면서 국내에 생산망도 확보한다는 의지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반도체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12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덩치가 훨씬 큰 현대모비스에서 아낌없이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연구개발(R&D) 부문 내에 반도체 설계 섹터를 신설해 시스템 반도체 등 차량용 반도체 자체 설계·개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우선 자체 개발해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또 자율주행차 부품인 첨단운전자보조(ADAS) 반도체, 인포테인먼트에 쓰이는 시스템온칩(SoC)도 차차 국산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DB하이텍·키파운드리와 공동 개발을 검토한 제품은 전력 반도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반도체 자체 개발을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청사진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을 겪으며 이 같은 전략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14일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와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들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역량 있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인수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현대차그룹과 파운드리 업계의 협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이번 협업이 결실을 맺으면 그간 NXP(네덜란드)·르네사스(일본)·인피니언(독일) 같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전략물자'로 떠오른 자동차 반도체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길이 열린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 협업은 일본의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업계가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올해 3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은 2019년 기준 9억4000만달러(약 1조500억원)로, 미국(129억7000만달러), 일본(92억6000만달러), 독일(71억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5% 미만이며 핵심 반도체는 NXP·르네사스·인피니언·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대부분 공급받는다.

차량용 반도체는 전자 기술에 기반한 EV 대중화와 자율주행이 발달할수록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신 완성차에는 반도체 200~300개가 탑재되지만 2030년께는 20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갈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는 외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면 지금처럼 수급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반도체 국산화는 물량과 원가 경쟁력 부족으로 초기 비용이 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수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자립은 안정적 생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이번 협업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대차그룹과 파운드리 업계의 공동 개발이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보기술(IT) 제품과 달리 자동차용 부품은 성능 검증이 매우 까다롭다.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수년간 장기 계약이 기본이어서 NXP·르네사스·인피니언의 공고한 장벽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참 여부도 관심사다. 두 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현대차와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오토모티브 사업팀을 만들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화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의 두통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세타엔진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ECU) 반도체가 부족해 오는 16일 하루 동안 충남 아산공장 생산라인을 멈춘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은 이번 휴업으로 1000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공장이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문을 닫은 것은 올해로 네 번째다. 현대차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14일부터 5일간 셧다운한다. 이 기간 완성차 신규 생산은 중단되고 기아 조지아 공장의 조업을 돕기 위한 엔진 생산과 차량 배송만 실시한다. 오는 21일부터 생산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26일부터 7월 11일까지 2주간의 정기점검으로 다시 라인이 멈춰선다. 기아 또한 미국 조지아 공장의 근무체제를 14일부터 8일간 3교대에서 2교대로 변경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 한국GM 역시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지난 2월부터 50%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달에는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 가동률까지 일시 조정하면서 3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누적됐다.

[이종혁 기자 / 박윤구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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