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Who] 특허 107개 보유 '기술통'..R&D 드라이브로 마이크론 약진 주도

곽윤아 기자 2021. 6.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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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제쳤다"는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
삼성도 탐냈던 샌디스크 창업자
10나노급 4세대 D램 첫 양산 등
취임 4년차부터 연구개발 성과
"D램·낸드서 모두 선두" 기염
시장선 "거품 적잖다" 지적도
사진 설명
[서울경제]

세계 반도체 패권을 다시 쥐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세계 최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인 TSMC·삼성전자를 미국에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회사가 직접 만든 칩을 세계 곳곳에 공급하는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텔, 메모리에서는 마이크론이 이런 구상의 두 축을 이룬다.

그중 마이크론이 최근 뉴스메이커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가장 먼저 10나노(㎚, 10억 분의 1m)급 4세대(1α) D램 양산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마이크론은 일본 낸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기옥시아(옛 도시바) 인수 의지도 밝혔다. 최근 메모리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업체로 마이크론이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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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 업체 지원 의지와 맞물려 마이크론을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마이크론의 부상에는 지난 2017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마이크론 경영의 키를 잡은 지 5년차에 접어든 산자이 메로트라(사진)가 자리한다. 그는 1월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1978년에 설립된) 마이크론 역사상 처음으로 D램과 낸드 분야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D램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밀린 3위(점유율 기준), 낸드에서는 삼성전자·기옥시아·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에 이어 5위지만 기술력에서 선두를 따라잡았다고 자신한 것이다.

실제 메로트라는 낸드 상용화에 공헌한 기술자로 평가될 만큼 메모리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메로트라는 동료 직원이었던 엘리 하라리, 대만 출신 잭 위안과 함께 1988년 샌디스크를 창립한다.

샌디스크는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삼성전자와 반도체 굴기를 꿈꾸던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컸다. 메로트라는 2011년에 CEO에 올랐고 샌디스크가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되기 전인 2016년까지 샌디스크를 이끌었다.

샌디스크의 경쟁력은 막대한 지식재산권이다. 플래시메모리 관련 제조·설계·솔루션 분야에서 모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의 중심에는 물론 메로트라가 있다. 그가 반도체와 관련해 이미 가지고 있거나 심사 받고 있는 특허는 2021년 기준 107건이다. 심지어 CEO로 재직하던 지난해에도 약품 용기에 통신 장치를 설치해 복용량과 복용 시기를 저장하고 환자에게 약물 복용 시기를 알리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술통인 메로트라가 마이크론 CEO 취임 4년차부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메로트라의 R&D 드라이브가 서서히 약효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마이크론의 잇따른 메모리 분야 성과의 원인을 회사 성장 과정에서 찾기도 한다. 마이크론은 2012년부터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를 비롯해 대만 D램 업체 렉스칩·이노테라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 결과 일본의 강점인 소재 기술력, 대만의 강점인 공정 제조 및 비메모리 패키지 기술력을 흡수해 미국의 강점인 창의적인 설계 및 로직 능력과 융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D램에 비해 처진 낸드 분야에서 기옥시아까지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 마이크론의 기술 개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마이크론의 발표에는 거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76단 낸드의 경우 싱글스택이 아닌 더블스택 기술을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176단 더블스택’보다 삼성전자의 ‘128단 싱글스택’ 기술이 더 낫다고 본다. 삼성의 경우 더블스택으로 낸드를 만들면 256단까지 가능하다.

또 10나노급 4세대 D램도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10나노급 3세대)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D램의 경우 20나노 아래부터는 기업들이 적용 공정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실제 적용 노드와 제품 성능 간에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10나노대로 내려와 네 번째 제품을 내놓았다고 해도 이 제품이 삼성의 3세대 제품보다 낫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시장에 관련 제품이 깔리기 시작하면 마이크론에 대한 평가가 더 정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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