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 맞서야 할 대선

한겨레 2021. 6. 14.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무엇이 문제인가' 연쇄기고 _2

[왜냐면] 박용석 ㅣ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장

2021년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8억8천만원 상승(82%)했는 데 반해, 그동안 노동자 평균임금은 1600만원 인상됐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노동자가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18년 동안 임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해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모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2019년 통계청(주택소유) 기준으로 전국 가구의 43.6%(서울 50.9%)가 무주택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엘에이치(LH) 직원 및 고위공직자 투기로 인해 폭발한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최상위 원인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소유는 하위 20% 대비 상위 20%가 101.6배에 달할 만큼, 극심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가구수 대비 주택 보급률이 104%인데도 40% 이상 가구가 무주택이라면, 주택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이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흐름 속에 부동산 전반의 공시지가·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5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가격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기준 0.16%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53%)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열풍 속에 공공장기임대주택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4.4%(92만6000호)에 머무르면서 오이시디 평균(8%)에 못 미치고 있고, 복지체제가 강한 나라들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위공직자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개인·가계·기업 모두가 공동의 이익을 누려야 할 부동산이 불패의 불로소득(투기)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바로 엘에이치 사태의 근본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 불평등의 가장 상위에 있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모든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을 통한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함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불로소득 환수 및 자산 증식형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의 획기적 확대가 필요하다. 모든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1% 이상으로 올리고, 부동산 공시가액·공시지가를 시세 수준(100%)으로 전환하며, 부동산 개발로 인한 초과이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공임대주택·토지임대부주택 대폭 확대를 통한 복지국가 수준의 공공주택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4.4%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공공장기임대주택 비율을 오이시디 평균치를 넘어 복지국가 수준(20%)으로 확대하고, 생존 위험에 처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주택기금을 통해 무상임대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강도 높은 공직자 부동산 관리 및 부동산 관련 공기업의 주택 공공성 대책이 필요하다.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하고 모든 부동산의 소유를 금지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추진하고, 부동산 개발 관련 공기업(LH·지방개발공사)에 대해 공적 토지 수용에 따른 택지개발 100%를 공공주택으로 제한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비농업인 농지 소유 금지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 가치(제121조)가 확고히 관철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의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농지에 대해, 비농업인의 소유를 엄격히 금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여야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 사회의 정체성 전환을 위해 토지 공유를 실현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만·독일·스페인 등지에서 시행 중인 토지 공유 및 공공적 규제를 위한 헌법을 참고로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 헌법에 기초하여 부동산이 전체 구성원의 공동 이익을 위한 공유부(토지 공유)로 자리 잡도록 법제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차기 국가 통치권자를 뽑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망국적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 근본적 대전환을 약속하고 실행하는 용기 있는 차기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이 헛된 꿈일까.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