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싸우다 배웠나..대선 앞둔 니카라과 대통령 '경쟁자 치우기'
내정간섭 등 혐의 잡아들여
2006년 독재자 내쫓고 당선
혁명 지도자가 '독재자' 변모
[경향신문]
중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75·사진)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하고 있다. 전 정권의 46년 독재를 끝내고 집권한 좌파 출신의 오르테가 대통령이 이제는 자신이 몰아낸 독재자를 닮아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니카라과 일간 라 프렌사는 13일(현지시간) 니카라과 경찰이 최근 일주일간 오르테가 대통령에 맞서던 야권 인사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체포된 이들이 “외국의 내정간섭 선동, 군사 개입 요청, 외국자금 조달”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이후 오르테가 정권이 체포한 인사는 야권 대선 주자 4명을 포함해 12명에 달한다. 유력 대선 주자인 크리스티아나 차모로도 2일 돈세탁 등 혐의로 가택연금을 당했다. 차모로는 1990년 대선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 니카라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 비올레타 차모로의 딸이다. 그는 11월7일 대선에 출마하려 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옛 정치 동료인 마리아 텔레즈도 체포됐다. 그는 집권 여당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게릴라 출신으로 오르테가 정부 1기의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AP통신은 그의 체포를 오르테가 정권이 독재로 넘어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전날 경찰에 체포된 반정부 인사 휴고 토레스는 체포 직전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제는 잠재적 대선 후보만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까지 체포하고 있다”면서 “이건 독재로의 전환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독재”라고 비판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좌익 무장단체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지도자다. 그는 46년간 미국을 등에 업고 대를 이어 독재를 해온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정권을 1979년 몰아낸 후 사실상 니카라과 수반 역할을 했다. 1984년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6년간 재직하면서 국유화, 농지개혁, 문맹 퇴치 운동을 벌여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후 세 차례 대선에서 모두 낙선했으며, 2006년 재집권해 지금까지 연임하고 있다.
그러나 오르테가 대통령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적과 옛 동료를 축출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엔 정부가 테러리스트나 반역자로 규정한 사람의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역자는 최대 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재자 소모사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혁명 지도자가 이제는 니카라과를 잔인하게 압제하는 새로운 소모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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