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여고괴담' 귀환으로 살펴본 학교 공포물의 역사

아이즈 ize 글 정수진(칼럼니스트) 2021. 6. 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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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정수진(칼럼니스트)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학교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괴담들이 있었다. 밤이 되면 학교 교정에 있는 석상(대개 이순신, 유관순이나 이승복 석상 또는 책 읽은 어린이상)이 움직인다거나 화장실 귀신 같은 고전적인 괴담은 30대 이상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어도 ‘사랑의 체벌’이 통용되던 시절 ‘미친X’라 불리며 존재했던 교사들의 폭력이나 ‘학폭(학교폭력)’이 지금처럼 범죄로 인식되지 않던 때 학생들 간의 물리적 괴롭힘 같은 현실적 괴담도 있다. 신체는 쑥쑥 자라지만 정신은 예민하게 폭주하던 10대 시기에, 또래 아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공간인 학교는 항상 즐겁고 유쾌한 곳일 수만은 없다. 

때문에 학교는 공포영화의 공간으로 종종 채택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고괴담’ 시리즈. 1998년 시작한 ‘여고괴담’은 당시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했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 ‘여고괴담 3-여우계단’ ‘여고괴담 4-목소리’와 2009년 ‘여고괴담 5’까지 개봉하며 전무후무한 한국형 학원 공포물 시리즈로 각인됐다. 

시리즈의 시작을 있게 한 ‘여고괴담’은 단순한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공포를 짚어 관객의 공감을 사고 한층 더 으스스한 효과를 냈다. 평범한 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성적을 두고 엇갈리는 우정, 교사의 특정 학생에 대한 편애와 이상행동, 은밀하지만 공공연하던 왕따 등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잘 녹여낸 수작. 주연 중 한 명이던 최강희의 복도 신 점프 컷은 이후 여러 곳에 패러디될 만큼 ‘여고괴담’ 시리즈의 상징으로 남았다. 

독립된 영화를 염두에 두었으나 시리즈가 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는 김태용·민규동 공동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던 영화. 나른한 햇살이 쏟아지는 옥상과 수영장, 소녀들의 비밀이 숨겨져 있던 음악실 등 학교의 곳곳을 유려하게 담아내며 10대 소녀들의 미묘하게 넘실거리는 감정을 잘 포착해냈다. 시리즈 중 가장 덜 공포스러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완성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8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은 ‘여고괴담 3-여우계단’은 독특하게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삼았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괴담이 있는 여우계단이나 어딘지 비밀스러운 기숙사 등 이전에 없던 학교의 공간을 주목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로 2000년대는 학원 공포물이 여러 편 제작됐다. ‘가위’와 ‘폰’으로 공포영화의 강자로 떠오른 안병기 감독이 연출한 ‘분신사바’는 1980년대부터 퍼져 있던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소재로 해 눈길을 끌었다(‘여고괴담’에도 주인공이 분신사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분신사바’는 당시에도 1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중국에서 시리즈로 제작되며 인기를 얻었다. 

2006년 개봉한 ‘신데렐라’는 학교가 주요 배경은 아니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고생들의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다. 예뻐지고 싶다는 소녀들의 열망과 인간의 추악한 욕심이 어우러진 영화로, 에로영화 전문이던 봉만대 감독이 공포영화 연출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2008년 개봉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는 어두운 밤의 학교뿐 아니라 대낮의 학교도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인 외국어고등학교, 그중에서도 최상위 20명만 모은 특별반 학생들이 차례로 죽어간다는 설정으로, 학생들이 고립되는 설정이 허술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6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을 만큼 흥행했다. 그러나 속편인 ‘고사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은 판에 박힌 스토리를 반복하여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이후 2010년대에도 ‘귀’ ‘소녀괴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속닥속닥’ ‘폐교’에 이르기까지 한국 학원 공포물은 끊길 듯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그 중 2015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0년대 경성에 병약한 소녀들이 모인 특수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해, 그간 학원 공포물에서 시도된 바 없는 시대극을 시도하며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장르영화인 공포물, 그중에서도 학교와 10대 학생들을 소재로 하는 학원 공포물은 한계가 어느 정도 뚜렷한 편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비판적인 메시지로 담아내려던 시도, A급 캐스팅과 거대 자본이 아니어도 만듦새에 따라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전략이 가능한 장르적 특징, 현재 톱스타로 활동하는 배우들의 길을 열어준 신인 배우 등용문 역할 등 학원 공포물의 장점은 분명 있다. 그러나 괴담과 원혼 등에 기댄 식상한 소재와 안일한 기획으로 ‘여고괴담’으로 시작한 학원 공포물의 인기는 서서히 사그라든 게 사실. 오는 6월 17일, 12년 만에 돌아오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제작 씨네2000)가 ‘여고괴담’ 시리즈는 물론 한국 학원 공포물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오는 17일 개봉되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주인공이 학교 내 문제아를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서형 김현수 최리 김형서 등이 주연을 맡았다. 

만약 시대와 국경을 막론하고 여전히 통하는 수준급 학원 공포물을 찾는다면 1976년 작인 ‘캐리’를 추천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한 ‘캐리’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 봐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명작. 클레이 모레츠와 줄리언 무어가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버전이 있지만, 돼지피를 뒤집어쓰고 눈알을 희번덕거리는 시시 스페이식의 존재감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정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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