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G7 정상회의서 '反중국, 反일대일로' 결집 강조한 미국

박수현 기자 2021. 6. 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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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중국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더 우호적이고, 친환경적이며, 투명한’ 자본을 제공해 이들 국가가 더 이상 중국과 손잡을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소 막연한 구상에 일부 회의적인 반응까지 겹쳐 ‘말 뿐인 반중(反中) 전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G7과 미국을 겨냥해 “소수의 나라가 국제 질서를 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G7은 13일(현지 시각) 영국 콘월서 열린 3일 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인프라 구상, 즉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들과 만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논의하고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들의 대규모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약속했다”고 강조하며 B3W가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 견제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뉴키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대일로는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요약되는 중국의 글로벌 경제 협력 구상이다. 말이 ‘협력’이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또 동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묶어 중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까지 100여개 국가가 2600건에 이르는 철도와 항구, 고속도로 건설 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세력 확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참여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강조하며 G7을 설득해왔다. 중국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고 이를 빌미로 정치·경제 분야 전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반대로 하면 더 많은 국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함반토타(스리랑카)와 과다르(파키스탄)같은 주요 항구의 운영권을 손에 넣으면서 각국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모하메드 시난 시예흐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테러전문가는 지난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보낸 기고에서 “중국이 지하디스트의 눈에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악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2019년 5월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이 파키스탄 내 중국 투자를 겨냥해 테러 공격을 했을 당시 여러 무장 단체가 힘을 보탠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비슷한 반중 정서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6월 13일 영국 콘월에서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억제 필요성에 대한 G7의 공감을 얻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를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세계은행은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의 교통·환경·IT 등 인프라 개발 수요가 40조달러(약 4경46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공산당과 달리 G7 정부는 기업의 팔을 비틀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B3W는 야심찬 미사여구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짚었다.

G7의 반응도 뜨뜨미지근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정상들은 이번 회의 기간 G7이 노골적인 반중 블록으로 비칠 것을 염려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G7에 더욱 강경한 대중 노선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모든 동맹이 이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간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독일과 일대일로에 참여 중인 이탈리아를 예로 들었다.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본격적으로 반격하고 나설 경우,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간 중국이 미국 등의 제재에 대항해 내놓은 조치들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다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 10일 표결한 ‘대외 제재 방지법’은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가 가한 제재로 손해를 입었을 때 제재 이행에 동참한 외국 기업 등을 상대로 자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디지털 아티스트 ‘반통라오아탕’이 그린 '최후의 G7'. 동물을 국가에 비유했다. 맨 왼쪽부터 검은 독수리(독일), 캥거루(호주), 시바견(일본), 늑대(이탈리아), 흰독수리(미국), 사자(영국), 비버(캐나다), 수탉(프랑스)가 나온다. 탁자 아래 코끼리는 인도를 상징한다. /글로벌타임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망 확대 노력을 겨냥해 “크든 작든 강하든 약하든 각 나라는 평등하고 따라서 세계 문제는 모든 국가의 협의로 처리돼야 한다”며 “작은 집단이나 정치 블록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포털인 바이두와 웨이보에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최후의 G7’ 삽화가 주말 내내 관심을 끌었다. 흰머리 독수리(미국)를 중심으로 늑대(이탈리아), 시바견(일본), 캥거루(호주), 검은 독수리(독일), 사자(영국), 비버(캐나다), 수탉(프랑스)이 중국 국기가 그려진 케이크를 앞에 두고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이 그림 상단엔 “이것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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